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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없애야 진정한 ‘삶의 질’ 도시

전달체계 내실화와 함께 이웃들의 관심이 더해져야

등록일 2014년04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시는 2012년부터 천안시 특수시책으로 매주 수요일 ‘행복공감의 날’을 운영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에 애쓰고 있다. 지난 2월 말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반지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추모식이 내일(수·16일) 오후6시에 석촌호수 인근 서호사거리 공원 입구에서 열린다.
힘든 삶을 살다 떠난 세 모녀의 넋을 기리고 이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만든 자리다.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오던 박모씨(여·60)가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건 지난 2월26일 밤. 당뇨병 투병을 포기한 큰딸(35), 카드 빚에 신용불량자가 된 둘째딸(32)도 함께였다. 나란히 누워 숨진 세 모녀 옆에는 흰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겉면에 ‘주인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봉투에는 현금 7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에 정부는 물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지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지난 4월1일 국무회의에서 송파구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3월 한 달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실시했던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4월 중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3년 전 ‘화장실 삼남매’사건을 아시나요?

하지만 일이 터진 후에서야 뒤따르는 사태파악과 대책마련, 사회의 쏟아지는 관심은 몇 년  전의 한 사건과 너무나 똑같이 닮아있다.
지난 2011년 한 방송사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는 공원 화장실에서 노숙하는 아빠와 삼남매가 소개됐다. 이른바 ‘화장실 삼남매’ 사건이다.

방송에서는 새벽 3시에 공원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놀거나, 화장실 변기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장면들이 소개됐다. 이들은 모두 주민등록이 말소됐고, 막내는 출생신고조차 안 된 상태였다.
그때도 대통령까지 나서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실태 파악을 주문했고, 복지부가 한 달여 동안 특별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긴급복지, 지자체 지원, 민간 후원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이미 3년 전,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던 ‘화장실 삼남매’사건. ‘송파구 세모녀 사건’도 이 사건처럼 ‘반짝’의 관심과 호들갑스런 ‘사후약방문’에만 그치지는 않을까?

삶의질 세계 98위라는 천안시, 복지사각지대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올해 복지예산으로 3000억원을 쓰는 천안시에서도 복지사각지대와 관련한 사례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본보가 지난 2005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게 추진하고 있는 이웃사랑 1004운동도 이런 취지로 시작됐고 이런 사례들 역시 무수히 발굴됐다.

주민등록이 없어 복지지원은 고사하고 70여 평생을 갖은 불이익만 당해왔던 할아버지, 가족들과 관계가 완전히 끊겼지만 호적상 피부양자 관계로 등록돼 있어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던 아저씨, 환갑이 다 된 장애인 자녀들과 살던 팔순 노모는 자신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조차 몰랐다.

다행스러운게 있다면 천안시는 지난 2011년부터 복지사각지대의 발굴, 지원과 관련한 노력들을 하나하나 쌓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2012년부터 천안시 특수시책으로 매주 수요일 ‘행복공감의 날’을 운영해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에 애쓰고 있다.

시의 자료에 따르면 천안시는 2013년 ‘행복공감의 날’을 운영해 1875가구 3156명을 발굴해 365가구 576명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책정하고, 294가구 647명에 대해 차상위가구(우선돌봄, 자활특례, 한부모가족)로 등록했으며, 121가구 183명에게는 기초노령연금 및 긴급지원을, 그리고 공적지원이 어려운 1095가구 1750명은 충남공동모금회 및 지역의 여러 민간자원봉사단체와 연계해 총 2억3700만원을 지원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과 관련한 조직구성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2012년 5월 만들어진 복지정책과는 공무원 3명, 통합사례관리사 7명, 자원관리요원 1명으로 구성된 행복키움지원팀을 만들었다.
행복키움지원팀은 복지위원, 복지도우미, 복지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행복키움지원단’을 만들어 사회적도움이 필요한 위기가정과 복지사각지대 저소득층을 발굴해 현장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당초 274명이었던 행복키움지원단은 올해 370명 규모로 늘어나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자녀와 관계가 단절된 독거노인이나 지적장애인, 생활이 어려운 한부모가족 등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빈곤계층을 발굴한다. 또 단전·단수 가구 및 건강보험료 체납가구, 최근 3개월 이내 수급자 탈락가구 및 비정형 거주자 등 행정기관이나 민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계층 등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지역사회 자원과의 협조를 통한 연계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찾아주는 자원봉사단 ‘좋은 이웃들’

민간차원의 노력들도 눈에 띈다.
천안시사회복지협의회(천사협)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상시 발굴하고 지원해 주는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좋은이웃들’사업이 바로 그것.

‘좋은이웃들’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추진하는 공공·민간 협력사업으로 우리 주변에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데도 정보를 얻지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을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다.
2012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전국54개, 2014년에는 전국 60개 지역으로 확대돼 진행되고 있는데 천사협은 2013년부터 함께 참여해 당해년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좋은이웃들 사업 ‘우수수행기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천사협 윤미애 사무처장은 “현재 천안에는 240여 명의 좋은 이웃들이 활동하고 있다. 1년에 4차례 교육이 있고 이 과정에서 봉사대원으로서의 임무와 역할 등을 배우고 활동하게 된다”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복지사각지대, ‘관심’을 ‘실천’으로

복지사각지대의 문제를 단지 복지전달체계의 문제로, 이웃들의 무관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제 책임회피와 다름이 없다.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 등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복지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24일, 천안시 복지정책과·여성가족과는 천안성정종합사회복지관, 쌍용종합사회복지관,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아우내은빛복지관, 천안시장애인종합복지관, 천안시건강가정지원센터 등과 ‘천사네트워크 협약식’을 맺었다.
‘천사네트워크’는 지자체와 민간기관이 정기적인 사례회의를 갖고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그간의 사례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여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모임이다. 각 기관의 사례관리 담당자들은 순번대로 매월 개최되는 회의에서 본인이 갖고있는 사례를 제공하고 참석단체들은 그 사례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종합된 지원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김장환 행복키움지원팀장은 “천안시는 적극적인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으로 삶의질 100대도시에 걸맞는 위상을 구축하려고 노력중이다. 타 지역에서 발생했던 비극적인 사건들과 유사한 사례가 적어도 천안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민간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복지대상자가 원스톱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 통합사례관리사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넓혀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시는 지난 2월27일 ‘세계 100대 시민 삶의질 도시’ 선포식을 열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 각종 분야별 지표 개선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자체도 시민들도 진정한 복지의 완성에 사각지대는 없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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