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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산업재해, 잃어버린 ‘꿈’과 ‘청춘’

매일매일 통증과의 싸움에 주거불안까지-희망2017 이영호(가명·50·봉명동)

등록일 2017년03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영호(가명·50·봉명동)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바로 목수일을 시작했죠. 어려워도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았었는데 한 순간의 사고가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36살 때 당한 사고 이후 제 심신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져 버렸어요.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요? 외로움이에요. 지독한 통증과 매일 싸워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싸움을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혼자 겪어야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햇볕이 좋던 지난 주의 어느 날, 천안시 동남구 봉명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의 소개로 초로의 이영호씨를 만났다.

50세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게 긴 나무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이씨는 현재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씨는 병원 입원 전 최근 석 달동안 해조차 한 번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독한 통증과 외로움, 우울증에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던 이씨. 입원 후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웃음끼라고는 전혀 없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그늘이 가득하다.
 

추락사고로 입은 산재, 4년여의 입원과 투병

충남 논산 강경이 고향인 그는 2남1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하기 전부터 건설현장에 나섰다. 2002년 천안으로 일을 하러 온 그는 나름 자리를 잡아 보겠다고 열심히 일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2003년 4월16일. 지금도 몸서리쳐지는 악몽 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천안 성정동의 한 신축 건물에서 외벽공사를 하던 중, 그를 받쳐주던 지지대가 부러지면서 4m 아래의 맨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이 사고로 다리와 발목, 손목, 허리 등에 커다란 피해를 입은 그는 이후 대대적인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좌측완관절 주상골 골절 및 탈구, 요부염좌,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 다양한 진단명이 내려졌고 희귀병인 상세불명 신경병증에다 우울증까지 따라왔다.

1차 입원기간만 600여 일. 재활치료와 요양치료 등 2차 치료도 600여 일. 4년여의 세월을 지역거점병원, 정형외과, 요양병원에서 살아야 했다.

보상금으로 2700여 만원이 나왔었지만 이 돈은 시골에 계신 아버지의 빚을 갚는데 들어갔다. 치료기간 동안, 공단으로부터 평소 급여의 70%에 해당하는 돈이 지원됐었지만 치료의 종결과 함께 2010년 경부터는 수입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

사고 전, 결혼을 생각하며 3년여를 사귀었던 여인과도 이별해야만 했던 그는 이후 기약없는 혼자만의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시골에 계신 노약한 아버지는 각막이식 수술을 2번이나 했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 밤길은 아예 나서지를 못하는 상태고, 어머니도 허리수술, 목 수술을 받은 이후 신변처리조차 힘들어 요양병원에 입원중이다.

형님도 목 디스크로 목에 철심을 받아 근로 불능상태가 된지 오래. 가족들 모두 각자의 삶조차 추스르기 바쁘다.
 

인근지역 재개발로 월세방 비워줘야 할 형편

“지금 하루에 먹는 약이 한 50알 정도 되나봐요. 오랜 병원생활 후 혼자 살면서 당뇨병과 함께 우울증과 정신병까지 생겼어요. 고통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지만 상상도 하기 싫은 고통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요. 몸은 지팡이를 짚고도 100m 정도를 걷기가 버거운 상태에요. 병원에서는 이런 상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가 불가능하다고 해요. 그저 진행을 늦추거나 통증조절만 가능한 정도죠.”

봉명동에서 보증금 100만원에 21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살았던 그는 최근 거주 불안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인근 대학병원이 확장을 하고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방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다행히 LH전세임대주택 사업대상자로 선정돼 집을 구했지만 보증금 마련이 시급한 형편. 봉명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 복지팀이 따듯한 관심과 지원으로 이런 그를 간신히 지탱해 주고 있다.

‘지팡이를 내려놓고 주유소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는 게 소원’이라던 이씨. 짧지 않은 인터뷰를 마친 그가 내뱉던 한숨은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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