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천안에 부엉이박물관, 어떨까요?”

임영국(64·부엉이인형 수집가)/ 30년간 세계 누비며 6000여점 수집, 두정동에 임시전시관 마련

등록일 2017년10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부리는 매우 날카롭다. 성질이 사납다. 지혜와 부를 상징한다. 환타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새다. 이것이 부엉이의 이미지다.

예전 ‘부리부리(부엉이)박사’라고 있었다. 발명하다 실패하기가 일쑤였지만, 방송에서 보여진 이미지 때문에 부엉이는 줄곧 똑똑한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임영국(64.천안)씨는 어릴 적 부엉이와의 조우(遭遇)를 잊지 못한다. 당시 산에는 부엉이가 억수로 많았다. 지금이야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지만,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니 잡아먹기도 했었다.

어린 영국씨와 새끼부엉이가 산에서 만났다. 나무 위에서 떨어졌는지 다리를 다쳤다. 집에서 아까징끼(빨간약으로 통했다)를 발라주었다. 기를 수는 없었다. 산에다 다시 놓아주고, 무서운 짐승에게 잡혀먹지 말고, 굶지 말고, 잘 살아가기를 바랐다.

74년 군생활때 모래가 필요해 자주 한탄강에 나갔다. 급류가 심하고 돌이 약하다 보니 기괴한 형상을 한 돌들이 많았다. 하나 하나 주워놓다 보니 ‘수석(水石)’에 일가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부엉이 닮은 돌을 만나게 됐지 뭐예요.”

이미 20년이 넘은 세월을 거슬러 ‘새끼부엉이’가 퍼뜩 떠올랐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부엉이인형 수집가’였다.

“이곳에 대략 6000여점이 있어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틈틈이 모은 인형들이죠.”

수많은 나라에서 부엉이인형을 모았으니 형태도 제각각, 재료도 제각각이었다. 유리, 돌, 철, 나무 등 다양한 재료에 기기묘묘한 생김새들. 크기도, 색도 다양한 부엉이가 200㎡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의 열정(?)에 가족들도 동참했다. 아내나 아들도 부엉이를 만나면 ‘남편’ 또는 ‘아버지’가 좋아할 걸 생각하며 기꺼이 구입해 집으로 가져왔다.

얼마전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했을 때 피디가 물었다.

“여기 수집된 부엉이 인형 구입비가 만만찮을 것 같은데요?” 임씨는 그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라 뜸들이지 않고 말했다. “어림잡아 2억원이 넘죠.”

수집함에 있어 ‘구입’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혼상담사, 색채심리분석사, 레크리에이션 강사이면서 대한민국미술대전에 특선한 화가이기도 한 그. 부엉이는 그의 그림작품으로도 만들어졌다. “요놈은 병아리인형을 다시 색을 덧입혀 부엉이로 변신(?)시킨 것이죠.”

부엉이가 메인요리라면, 그에겐 몇몇 서브요리도 매력적이다. 수석을 비롯해 라이터, 담배, 각종동물인형, 칼 등등. 부엉이인형 6000여점에, 모두 합쳐 3만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전국에 부엉이박물관이 여럿 있다. 물론 임씨는 자신이 제일 많을 거라 자신한다. “천안에 부엉이박물관을 만들 겁니다. 어디가 좋을까 해서 유량동, 목천, 풍세, 광덕 등을 돌아다녔죠. 부엉이박물관 옆에는 나머지 수집품들의 방도 따로 마련할 겁니다. 부엉이, 그리고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할까요.”
 

부엉이는 임씨의 전유물이지만, 실제 천안과 인근 아산 모두 관계가 깊다. 천안은 광덕 호두를 주식으로 삼는 청설모 퇴치를 위해 조류협회가 수리부엉이를 방사해 왔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 수리부엉이가 급격하게 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아산 또한 최근에 시조(市鳥)를 수리부엉이로 바꾸었다. 몇 년 전 천안시 시조를 수리부엉이로 할 것을 제안했지만, 담당부서가 없다며 방관하는 사이, 아산은 보란 듯이 시조로 삼아 버렸다.

“천안에 볼 것이 없다, 갈 곳이 없다는 민원이 꽤 있어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구요. 부엉이박물관을 연다면 좀 나을까요. 내년 둘째 아들래미 장가보내놓곤 생각해 볼려구요. 수집만 해놓곤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잖아요. 준비되거든 많은 관심 부탁해요.”

시가 도와주든, 예술가마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든, 또는 그 스스로 부지에 건물을 짓고 전시관을 운영하든 “조만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