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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게 살아온 ‘인생’…누울 곳 없는 ‘병든 몸’

간병인 도움 없이는 꼼짝 못해…숨만 쉬어도 쌓이는 빚

등록일 2017년11월2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충남 아산시의 한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허순자(57·가명)씨. 평생을 힘겹게 살아온 그녀는 이제 절망조차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평생 단 한 순간도 행복했던 기억이 없어요. 그저 운명이 정해둔 대로 떠밀려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남은 삶은 더 고달플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요. 앞으로 닥칠 시련도 눈에 선합니다.”

충남 아산시의 한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허순자(57·가명)씨. 평생을 힘겹게 살아온 그녀는 이제 절망조차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술 취한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

허순자씨는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은 ‘술 취한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 모습이 전부다.

병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애처롭고 안타깝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늘 아프기 때문에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밥을 짓고 청소와 빨래를 해야 했다. 중학교 진학 했을 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당시 어머니 나이는 48살 이었다. 

병들어 아픈 어머니 모습과 함께 또 하나의 어린 시절 기억은 ‘지독한 가난’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그녀는 한 벌 뿐인 교복이 얼룩지고, 낡고, 헤져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한 번 느낄 수 없었던 그녀는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싶다.

스무 살 결혼 그리고 딸 둘

그녀는 어렵게 중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곧 진학대신 돈벌이에 나섰다. 그녀가 가장 먼저 취업한 곳은 식당 주방이다. 또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을 했다. 그렇게 가난하고 어두웠던 10대를 보내고 스무 살이 됐다.

스무 살 되던 해 중매로 자영업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 했고, 작은 집을 마련해 신혼집을 차렸다. 결혼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 각자 살기 바빴던 7남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서로 왕래가 끊겼다.

그녀는 딸 둘을 낳고 기르며 20~30대를 보냈다. 살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여전히 가난했고,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과 자식에 대한 사랑도 느끼지 못하고, 삶에 애착도 없었었다. 식당을 전전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웠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살면서 남편과 자식들과 불편한 감정이 쌓여갔다. 결국 그녀는 47살 되던 해 이혼을 선택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2번의 수술 후 찾아온 장애

이혼 후 한 남성과 동거에 들어갔다. 동거인 역시 가난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녀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5년 겨울 과로로 쓰러졌다. 혼수상태로 천안의 한 대학병원에 실려가 전신마취 상태에서 ‘뇌내혈종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못하고 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수술부위 감염으로 다시 ‘자가골편제거’ 수술을 받고 집중치료를 받기 위해 아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허순자씨는 최출혈 후유증으로 ‘뇌변병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약물과 물리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간병인 도움 없이는 혼자 거동조차 불가능하다.

지난 2년여 간 병원생활로 수 백 만원의 의료비 미납금과 개인부채가 쌓였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입 41만3000원, 지출 65만원

허순자씨를 도와 줄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10년 전 이혼한 남편과 두 딸, 그리고 형제들은 왕래를 끊었다. 이혼 후 동거했던 동거인도 그녀가 병들자 떠났다.

그녀는 매월 41만3000원의 기초생활비를 정부에서 받는다. 그러나 매월 의료비와 간병비 등 최소 65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그녀를 두 차례 수술한 대학병원 병원비와 현재 입원중인 요양병원비도 빚으로 남아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알게 된 지인에게도 돈을 빌렸지만 갚을 길이 없다. 또 이동에 필요한 휠체어 임대료도 2년간 밀려 독촉 받고 있다. 허순자씨는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빚만 쌓이고 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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