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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꿈꾸는 ‘천안역전시장’

노인전문시장으로 탈바꿈… 발효장터, 은빛행복마트, 노인회관, 넓은 주차장 등

등록일 2018년02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공설시장이 ‘역전시장’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2016년 11월. 공설(公設)은 말 그대로 국가나 공공단체가 설치했다는 뜻이고 보면, 사설로 만들어진 시장 이름으로는 분명 어폐가 있다. ‘역전(驛前)’이란 이름을 쓰니 ‘인생역전(人生逆轉)’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시련 많던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인생역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냥 역과 인접해 있어 역전시장으로 바꿨지만 상인들은 연관된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역전시장. 그럴싸하지 않은가.
 

1951년 전쟁 직후에 생긴 공설시장이 65년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70·80년대 황금기를 맞기도 했지만 천안도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공동화’의 길에 들어섰다.

천안역전시장 김진국 상인회장에 따르면 역전시장 점포수가 140개 가깝고, 이중 115개 점포가 월회비 1만원을 내는 ‘착한’ 회원이다.

변화는 한 사람이 ‘어쩌구 저쩌구’ 할 수 없는 일. 상인들끼리 뜻이 맞아야 하고, 건물주와 세입자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상인과 손님이 소통해야 하며, 상인과 행정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일은 돈을 버는 것에 앞서 ‘인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역전시장은 일찍이 일반시장이 아닌 ‘특화시장’의 매력에 관심을 가졌다. 역전시장의 특징을 찾아보니 역과 가깝다는 것과 순대국밥집이 많다는 것이었다. 역은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노인들의 무료나들이가 가능해져 있었다.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에서조차 노인들이 천안역에 내려 둘러보고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것도 전철비용이 ‘무료’다. 자연스럽게 ‘노인전문시장’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6년간 회장일을 맡아온 김진국(60)씨. 시장을 손바닥 들여보듯 하는 그에게 역전시장은 ‘변화’하기가 어려운 곳이란 걸 절실히 느낀다.

먼저 상인들간 화합부터 막혔다. 직장은 조직의 서열이라도 있지만, 시장은 심히 개별적이라서 사소한 의견 하나도 통일되지 못하기 일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 건물주와 세입자간 불통도 문제다.

역전시장은 대략 건물주 80%, 세입자 20%로 구성돼 있다. 건물주가 대부분 개발이익에 관심을 가진 외지인이고 보니 공동화에도 아랑 곳 없다. 세입자를 못찾을 지언정 임대료를 낮춰주는 ‘선량’은 보기 힘들다. 당연히 역전시장의 활성화 노력이 ‘따로국밥’처럼 산만하다. 더불어 나이 든 상인들은 옛날방식을 고수하며, 새로운 변화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아가자’는 기본방향에는 모두들 공감하기에 상인교육도 받고, 고민하는 자리도 갖고, 새로운 사업도 펼쳐가고 있다. “역전시장은 결국 변화할 겁니다.” 김 회장은 몇몇 추진계획을 밝힌다. 
 

김진국 회장 “멋지게 변화할께요”
 

김진국 회장이 부러워하는 것들이 있다.

“청주에 있는 시장은 350명의 회원이 월3만원씩 회비를 냅니다. 거긴 고객쉼터도 있고 방송뿐만 아니라 찜질방, 커피숍 등을 갖췄는데 장을 보면 받은 티켓으로 쉼터를 공짜로 이용하는 거죠. 대구의 시장은 한 건물주가 자기건물 1층에 20평 공간을 상인회에 헌납했죠.”

그러나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부러워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 역전시장을 새롭게 잘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에 기대기보단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무엇보다 ‘노인전문시장’이 되기 위한 사업들이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발효장터’는 노인들이 발효식품을 좋아하는 데서 시작됐다. 역전시장에 터줏대감처럼 박혀있는 발효장터는 인기방송에서도 다뤄질 만큼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은빛행복마트가 문을 열었다. 성인용보행기를 비롯해 목욕의자, 미끄럼방지매트, 요실금팬티, 보행벨트, 2단지팡이 등 다양한 실버용품을 갖춰놓고 있다.

아직 목록이 많지 않지만, 노인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맞춤식 노인전문마트처럼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 건물 2층은 고객편의를 위한 고객쉼터를 마련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사업비 10억5000만원(국비6억3000만원 포함)을 들였다.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1·2층은 리모델링을, 3·4층과 외벽은 2019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해나갈 생각이다. 노인들을 위한 마당놀이, 연극공연, 노인전문극장, 풍물놀이 등 노인들을 위한 문화가 역전시장에서 꽃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점포들이 무던히 예전 것들을 끌고갈 게 아니라 상품목록도 다양화하고, 고객서비스도 높여가야 합니다. 노인손님이 이곳에 오면 없는 게 없는 시장이 돼야 하는 거죠.”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오락야시장’은 매주 수·목·금·토 문을 연다. 이를 위해 다문화 1개, 저소득가정 2개, 청년 17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홍성만 야시장운영위원장은 본래 30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꾸렸지만 날씨도 춥고 해서 20개팀이 운영되고 있음을 전했다. 1월은 한파로 보름은 문을 열지 못했고, 2월 또한 금·토만 문열기로 했다며, “지난해 11월과 12월은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했다. 날씨가 풀리고 그러면 무대공연도 하고, 30개를 꽉 채워 야시장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였던 주차장은 제1주차장(45면)에 추가로 올해 제2주차장을 마련한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상명대와의 협력사업(3억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진되고, 시장매니저도 채용돼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회관이 건립되면 회관을 방문하는 노인들을 소비자로 하는 시장활성화에 도움이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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