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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하나 고달픈 인생, 그래도 도전합니다”

'입양 - 학대 - 정신병원 - 홀로서기 - 사기피해 - 절망 - 다시도전'

등록일 2018년09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하늘씨는 곡기를 끊고, 죽음을 받아들여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죽음을 기다리며 의식을 잃어가던 순간, 역설적으로 그녀에게는 강한 생존본능이 되살아났다.

“배가 너무 고파서 당장 죽을 것만 같아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

2017년 6월. 한 젊은 여성이 아산시 탕정면사무소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며칠을 굶었는지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딱한 처지를 호소했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스스로 죽음을 결심하고 곡기를 끊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음식 섭취를 중단해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 몸은 점점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고,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지나간 날들이 또렷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 자신의 첫 기억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던 순간까지. 어찌 보면 긴 시간 이었고, 어찌 보면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의 시간도 있었고, 나름대로 의미 있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다.

비몽사몽 죽음의 문턱에서 지난날의 회상에 잠기다 보니 고통스런 날들에 비해 행복했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자신의 나이를 세어봤다. 이제 갓 서른을 넘겼다. 100세 시대에 이렇게 허망하게 삶을 끝내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갑자기 허기가 밀려왔다. 방금 전까지 죽음을 기다렸는데, 어느 순간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이 솟아나고 있다.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던 죽음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살고자 결심이 서자 부끄러움, 자존심 그딴 감정은 모두 사치였다. 강한 생존본능에 이끌려 탕정면사무소까지 찾아갔다. 

“초등학교 때 입양사실을 처음 알았다”

서른 한 살 김하늘(가명). 그녀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당시 그녀의 양부모는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양부모의 대화 내용을 듣고, 서류를 통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하늘씨의 양부모에게는 하늘씨가 자신의 입양된 사실을 알거나 모르거나 중요하지 않았다. 하늘씨는 자신의 기억이 시작된 시점부터 언제나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다. 양부모가 자신을 무슨 이유로 입양했는지도 모른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자신은 늘 양부모로부터 학대받아 주눅 든 생활을 했었다.

결국 양부모는 하늘씨가 초등생 시절 이혼했다. 양부모의 이혼 이후 하늘씨는 양부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양부에게 애정 없이 키워지던 하늘씨는 더 경악할 만한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늘씨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양부가 하늘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것이다.

정신병원 강제입원,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누구나 경험하는 성장통이다. 하늘씨도 사춘기를 거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지었으나 스스로 잘 견뎌내고 있었다. 그런데 여고에 진학한 어느 날 양부는 느닷없이 하늘씨를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하늘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공포와 분노에 몸서리친다.

하늘씨는 양부가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이유에 대해, 짐스럽고 더 이상 키우기 싫어서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 양부는 하늘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난 후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하늘씨와 관계를 끊었다.

정신병원 입원실은 5명을 수용하기에도 빠듯해 보이는 곳에 20명씩 빡빡하게 밀어 넣었다. 하늘씨는 본능적으로 이 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뭐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원 구성원들의 비위를 최대한 맞추고, 병원의 궂은일까지 도맡아가며 기회를 엿봤다. 그러다 병원장의 눈에 띄었고, 병원장을 어렵게 설득해 자신이 정상임을 스스로 입증하며 정신병원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담임교사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말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 하늘씨는 충남 아산시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고졸학력으로 연봉도 적지 않았다. 이제 돈도 모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것으로 기대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전세금 사기 그리고 또다시 절망

회사에서는 매일 방진복을 입고 비닐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했다. 손발에 습진은 기본이고 탈모까지 찾아왔다. 주변 동료들은 각종 이해할 수 없는 질병에 걸려 고통을 호소했다. 심지어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에 걸려 생명을 위협받는 동료도 발생했다. 

하늘씨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 와중에 자신의 전 재산인 전세금까지 사기당해 빈털터리가 됐다. 생활대책이 없던 하늘씨는 다시 옛 동료에게 부탁해 공장에 재취업했다. 다시 힘겨운 공장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이 너무 힘들어 사내 컴퓨터에서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그러자 바로 인사관리직원이 찾아와 사직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하늘씨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회사로부터 철저히 감시받고 있으며,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해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사직 이후 그녀는 외부와 단절한 채 1년 여 동안 근근이 생활해왔다. 그러다 최근 퇴직금과 얼마 있던 통장을 모두 소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그녀를 더 크게 자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옆방 세입자가 ‘고독사’로 발견된 것이다. 현재 하늘씨는 옆방의 ‘고독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극심한 충격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내 인생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서른 한 살의 인생동안 하늘씨는 또래 젊은이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고난을 겪어 왔다. 입양, 양부모 학대, 정신병원 강제입원, 피양, 전세금 사기, 권고사직, 우울증, 쓰레기더미 집, 옆방 이웃의 고독사 등. 지난 7월 그녀의 월세 계약기간도 끝났다. 곧 집을 비워줘야 한다.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결국 그녀는 곡기를 끊고, 죽음을 받아들여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죽음을 기다리며 의식을 잃어가던 순간, 역설적으로 그녀에게는 강한 생존본능이 되살아났다.

지금까지는 우울과 좌절과 절망이 자신의 짧은 인생을 지배해 왔지만, 앞으로는 당당하게 불운과 싸우고,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녀는 그동안 암울했던 삶을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는 그녀는 먼저 쓰레기 더미처럼 어지러웠던 자신의 방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른 한 살 내 인생,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대학도 진학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

<충남시사><교차로>는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린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희망나눔 1004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1인1구좌(1004원) 기부운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후원문의:041-555-5555)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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