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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등록일 2018년11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의 마스코트는 유관순 열사를 상징하는 횃불낭자다. 거리에는 횃불낭자 동상이 있고, 천안을 알리는 각종 자료에 횃불낭자가 보인다. 천안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몇몇 독립운동가들이 나고 자란 곳이고 독립기념관이 자리하고 있어 ‘충절의 고장’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천안시가 마스코트를 새롭게 디자인하겠다며 용역을 착수했다. ‘유관순’이라는 상징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가까이 써왔던 마스코트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써온 마스코트를 변경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지역을 알리는 마스코트는 되도록 바뀌지 않는 것이 좋다. ‘간장’처럼 오래 묵을수록 좋다. 천안시는 ‘겨우’ 20년 지난 시점에서 이미지를 성형하겠다고 한다. 이유라는 것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시대감각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덧붙여 ‘최신 트렌드와 기법을 적용한 캐릭터를 제작하는 추세’라며 천안시도 따라가겠다고 한다. 시대는 계속 변화할 텐데 그때마다 천안시의 마스코트는 유행상품처럼 바뀌게 되는 걸까.

만약 기존에 제대로 만들지 못해 수명이 짧은 것이라면, 좀 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시대감각’이란 이유는 적절치 않다. 처음 횃불낭자를 만들때 시는 엄청 자랑했었다. 그때 설명이 ‘용기와 당당함이 깃든 낭자의 모습을 기본형상으로 하고, 건강하고 친근감 있는 표정을 통해 미래로 뻗어나가는 21세기 마스코트로 전달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세기’를 언급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천안시 마스코트’가 초라해진다.

행정은 기관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관장의 성향에 따라 시정방향이 바뀐다. 하지만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한, 바뀌지 않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비둘기가 아닌 참새를 좋아한다고 하루아침에 시조(市鳥)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이같은 사례가 또 있다. 2015년에 들어와 갑자기 도시브랜드 ‘FAST 천안’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했다. 천안시가 도시브랜드 사용중지 이유는 ‘외향을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거부감과 힐링시대와 동떨어진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수백억 예산낭비’ 등의 이유로 반발이 생기자 시는 인위적인 변경이나 철거가 아닌 ‘사용자제’로 한발 물러섰다. 도시브랜드는 적극 사용해야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사용을 자제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때가 되면 보도블럭을 뜯어내는 일처럼, 시장이 바뀌면 도시브랜드나 마스코트 디자인을 바꿔버리는 천안. 다음 시장도 바꾸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제대로 만들어 오래 가길 바란다.

편집국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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