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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에서 멈춘 학생인권과 기본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헌법의 가치, 인권과 기본권을 찾아서’

등록일 2019년04월0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18년 10월27일, 주말을 이용해 1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충청남도 학생교육문화원에 모여 학교 안팎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토론했다. 이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인권교육과 토론을 마친 학생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동복, 춘‧추복, 하복을 입는 허용기간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하고 통제한다. 개인별로 느끼는 추위나 더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학생발언1

“양말이나 스타킹, 가방, 신발 등의 색깔도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많은 친구들 앞에서 머리모양과 스타킹 색깔 등을 지적하며 모욕적인 말로 망신을 주기도 한다. 언어폭력, 남녀차별, 성희롱과 다를 바 없는 말이 교육자의 입에서 나온다.”-학생발언2

“때로는 책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든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하지만 내색조차 못한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학생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학생발언3

2018년 10월27일, 주말을 이용해 1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충청남도 학생교육문화원에 모였다.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 위해서다. 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날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례와 개선요구는 피켓과 현수막으로 제작됐다. 학생들은 본인들이 제작한 피켓을 들고 충남 천안시 학생교육문화원에서부터 신부동 문화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대표 이진숙)은 ‘헌법의 가치, 인권과 기본권을 찾아서’라는 화두를 던지고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뜰은 작년 한 해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시민 심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과 기본권 보장 실례를 모둠별로 학습하고 토론한 후 앞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 고민했다.

학생의 인권과 기본권은 왜 교문 앞에서 멈추는가

학생들이 평소 학교와 선생님에게 느낀 감정을 정리하고 있다.

학생들이 때로는 책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든 소지품 검사를 당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하지만 내색조차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이 학교와 교육당국에 바라는 내용을 스스로 손 팻말로 만들고 있다.

2018년 천안지역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매우 심각하고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다.

‘학교에서 성희롱, 성폭력 등을 경험하거나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여학생의 63%가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남학생도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 수업시간(교과내용 등)에 불평등한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여학생의 60%가 ‘있다’고 답했고, 남학생은 33%가 ‘그렇다’고 했다.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는 충남연구원 후원으로 2018년 7월~8월 사이 천안지역 208명의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젠더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가운데 중학생은 61명, 고등학생은 147명이었고 이중 여학생이 94명, 남학생이 113명이었다.

천안지역 청소년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성별에 따라 그 결과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받아들이는 문제의식 정도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는 학교장, 교사들의 성평등 인식에 대해서는 남녀 청소년 모두  ‘보통이다’가 50%를 차지했다. 여성 청소년들의 ‘매우 그렇다(4%)’와 ‘그런 편이다(7%)’ 등 긍정적인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성평등·젠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남·여 각각 53.1%, 55.8%가 ‘1년에 1~2회’라고 답했다. 반면 여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6%는 ‘교육받은 경험이 없다’고 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지만, 학교에서 배우거나 토의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7년 천안지역 학교들의 양성평가지표 자체진단 결과를 보면 너무도 이율배반적으로 나타났다. ‘매우 우수(80점 이상)’ 5개교, ‘우수(60~80점)’ 83개교, ‘보통’ 60점 미만 42개교로 나타났다. 항목별 세부지표를 보면 2018년 학생들의 젠더의식 표본조사와는 너무 달라 학교마다 전면적인 젠더의식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젠더의식 조사결과 학생 상당수가 학교교실과 생활환경, 수업시간에 성차별을 경험하고, 심지어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젠더감수성 교육이 매우 절실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학교폭력을 경험한 충남학생 ‘2526명’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들에게 일방적인 통제가 아닌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실효성 있는 젠더감수성 교육이 절실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2526명. 2018년 충남도내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수다.

학교의 강제규정이나 교사에 의한 인권침해 못지않게 학생들 간의 인권침해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교육청에서 지난 5월 한 달간 학교폭력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한 자료다. 이번 조사는 충남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18만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16만9856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모두 2526명(1.5%)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924명 증가한 수치다. 피해응답자의 분포는 초등학교 (3.2%), 중학교 (0.8%), 고등학교 (0.5%)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해 조사보다 피해응답률이 0.6% 증가했는데,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이 눈에 띄게 증가(1.1%)했다. 중학교(0.4%)나 고등학교(0.1%)에 비해 초등학교가 높게 나타난 점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교육당국은 여전히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 초등 4학년 피해 응답률이 5.2%로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학교폭력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10.5%), 집단따돌림(5%), 사이버 괴롭힘과 스토킹(3.5%), 신체폭행(3.1%)로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발생 장소는 교실 안에서가 가장 많았고, 복도와 급식실, 매점 등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가해자의 유형은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51.7%), 같은 학교 같은 학년(26.3%)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이 나를 괴롭혀서(25.1%), 장난으로(21.6%),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15.2%)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폭력피해 어린이가 많았던 점으로 미뤄 저학년이나 유아간 폭력의 심각성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발상이 만연해 있다. 이 같은 무책임한 생각은 유아, 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뜰>이 인권교육에 나선 이유

부뜰 정인식 총무는 “앞으로 여성, 청소년, 장애인, 사회적약자 등과 연대를 통해 충남도내 인권문화를 정착시키고, 인권교육을 확산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인권교육을 외면하거나 게을리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부뜰 활동가들이 등굣길에 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권과 인권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이 탄생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인권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캠프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더욱 체계적이고 폭넓은 인권교육 활동을 하고자 초동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2017년 비영리 시민사회단체로 등록했다.

부뜰에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20~30명 정도 된다. 지역아동센터 상근자, 특수학급교사, 국가인권위 위촉 강사 등 회원 각자의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인권’ ‘교육’ ‘소수자’ 등으로 귀결된다. 

이들은 2016년부터 ‘청소년노동인권캠프’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2017년에는 ‘장애인인권강사’를 양성해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지원을 했다. 2018년에는 충남도 권역별로 ‘도민인권지킴이단’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이밖에도 청소년 및 사회복지기관 인권교육과 초‧중‧고등학교, 공무원 및 경찰 인권교육 등 활발한 인권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7년 연말에는 충남인권조례 폐지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섰고, 그 성과로 2018년 새로운 인권조례 제정을 이뤄냈다. 또 2018년 10월 충남여성들의 삶에 대한 구술기록집 <충남여성라이브>를 발간했다.

<부뜰>은 100%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이 늘 부족하다. 상근인력이 없는 탓에 사업 아이디어는 많지만 집행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많은 일들을 해냈다.

부뜰 정인식 총무는 “앞으로 여성, 청소년, 장애인, 사회적약자 등과 연대를 통해 충남도내 인권문화를 정착시키고, 인권교육을 확산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인권교육을 외면하거나 게을리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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