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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의 미래는 ‘주민투표로?’

현실은 전체 아닌 70% 보존방식… 30% 개발여건 내주고 수백억대 예산절감 차원

등록일 2020년06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반대 “시예산으로 일봉산 전체 보존해야”
찬성 “1800세대 아파트개발 내주고 수백억대 이익으로 일봉산 70% 보존해야”

 

천안 용곡동에 위치한 일봉산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만날 것인가?

40만㎡ 크기의 일봉산은 10여개 아파트단지들로 둘러싸여 있다. 나름 공존하며 평화로운 듯 보였으나 최근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조성사업에 착수하지 못해 공원용도에서 자동해제토록 한 제도이다. 2000년 제정된 후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은 2020년 7월1일 해제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1999년 지정만 해놓고 보상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도시공원 일몰제’가 생긴 근거이다.

그러나 일몰제 해제 후 개발이익에 편승한 도심산의 난개발은 불보듯 뻔한 일. 그로 인해 도심산은 상당부분 줄어들고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지자체가 무조건 매입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매입과 공원조성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지자체의 고민이 크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차선책이 없는 게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일몰제 전에 민간이 일정한 자격여건을 갖추고 도심산을 매입하면 공원부지의 30%까지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되, 나머지 70%는 도심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일봉산은 130명의 산주(토지주)가 있는 사유지로, 천안시는 일몰제 후 각자개발에 따른 난개발을 어떻게 막을지 고심이 크다.


전·현직 시장의 ‘다른 선택’

고공단식농성까지 불사한 일봉산공원 특례사업 논란이 결국 '주민투표'로까지 왔다.

사유지로 돼있는 도심산은 비단 천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자자체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도심산을 시유지로 매입하기 위한 고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천안시도 중요 도심산만이라도 조금씩 매입할 수 있는 재정여건을 만들자는 숙제를 안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같은 문제를 외면해 왔다. 복지관이다 스포츠센터다 하며 시설건립에 우선시해온 것은 시민과도 이해가 떨어지는 부분. 시민들도 예산사용의 우선순위나 중요순위에서 ‘도심산 매입’은 관심이 적었으며, 해당지역 주민들 또한 주민자치에서조차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도심산들을 매입하고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참고로 전주시는 15개 공원이 해제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를 온전히 해결하려면 매입보상비 3500억, 공원조성비 8000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주시는 8곳만이라도 1000억원대 지방채를 발행해 일단 매입이라도 하자는 구상이지만 재정악화 등 현실은 난감한 상황으로,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천안 또한 이같은 예산문제로 고민했으며, 구본영 전 시장과 시행정, 천안시의회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해결방안으로 삼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1월3일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사업 시행자를 지정했다. ‘일봉공원 주식회사’가 공원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토지매입하고 공원을 조성해 천안시에 기부채납하고 30% 이하의 비공원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박건서 천안시 산림휴양과장은 “도시공원일몰제 위기상황에서 70% 이상 공원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가 일봉산을 온전히 100% 매입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주변 공동주택이 들어서면서 발생할 피해당사자들, 개발이익 손익에 따른 산주들 등이 반대활동을 펼치면서 ‘갈등’이 생겼다. 이들은 여론수렴절차의 문제성, 문화재 훼손 등을 지적하며 천안시장 보궐선거에 '함께 하지 않는 후보는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이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 심학수 위원장은 “일봉산 공원이 2100세대 넘는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위기에 있다”며 보존대책을 호소했고,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국장은 “공원을 지켜달라는 시민요구에 행정은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여기에 동조한 후보가 전옥균(무소속) 후보와 미래통합당 소속 박상돈 후보다.

박상돈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자 반대대책위는 ‘일봉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엄중한 선택에 박상돈 시장(당선인)은 일봉산을 비롯한 도시공원 보존을 위해 힘써달라’며 ‘시민정책토론회에서 선언했듯 박상돈 시장 당선인은 현재 진행중인 개발절차를 중단하고 일봉산 인근 5개동 주민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상돈 시장은 취임 후 그간 시행정이 추진해온 ‘일봉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사업’을 멈춰 세웠다. ‘부족했다’는 의견수렴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팀을 구성하고 시장이 원하는 공청회 개최, 주민간담회, 주민투표 진행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일몰제 적용까지 앞으로 한달. 일봉공원은 문화재 관련 심의가 조건부로 의결돼 마지막 실시계획인가만 남아있으나 6월 말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한다. 

박상돈 시장은 일봉산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면서 지난 5월25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봉산 도시공원을 민간개발 특례사업으로 진행해오면서 이견이 발생했고 생각의 차이가 공론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며 “후보 시절 법적권한 안에서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후 공론의 장에서 풀기에는 불신의 골이 너무 깊고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다”고 했다. 공원일몰시까지 불과 한달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그는 “고민 끝에 시장권한으로 주민투표를 발의한다”며 주민이 직접 문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주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투표일은 6월26일로 결정했다.


천안시의회 “주민투표는 부담돼”

천안시의회(의장 인치견)는 5월29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상돈 천안시장이 ‘일봉산 민간도시개발사업’을 직권상정으로 주민투표에 붙이겠다는데 따른 의회 입장을 내놓기 위함이었다.

인치견 의장은 우선 일봉산 공원 개발사업은 천안시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했다. 천안시 재정여건상 사유지인 일봉산을 매입해 도시공원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인치견 의장은 “천안시의회가 국토교통부에서 차선책으로 제시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에 동의한 것은 해제에 따른 난개발로 시민불편이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회는 갈등해소를 위해 2019년 3월과 5월 두차례 간담회를 갖고 다양한 주민의견을 청취했고 10월에는 의장 주관으로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음을 밝혔다. 또한 11월에는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227회 정례회에서 일봉산 개발에 대한 천안시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건을 상정했지만 결과는 부결된 바 있다고 했다. 당시 투표결과는 의원 25명중 찬성 9명, 반대 11명, 기권 5명이다.  

인 의장은 이같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이제 와서 직권상정으로 다시 지역제한 주민투표건을 의회에 상정한 천안시장에게 문제점을 묻고자 한다고 기자회견의 요지를 밝혔다.

첫째 사업추진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나 주요사업변경 사항이 없었는데도 다시 표결해야 하느냐는 것이고, 둘째 주민투표에서 반대결과가 나왔을때 시의 대안을 의회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례사업은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실시인가계획만 남은 상태다. 자칫 일몰제 만료에 따른 난개발이 되거나 시의 협약파기로 민간사업자와의 소송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자칫 막대한 행정력 낭비와 손해배상비 부담이 우려되는데 본래의 목적인 도시공원 확보에 실익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셋째 투표대상지의 지역제한 주민투표의 적정성이 문제다. 지역제한 범위를 일봉산에서 도보권 1km 내에 위치한 6개 행정동으로 단순히 판단하는 것은 주민투표에서 배제된 주민들의 불만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인치견 의장은 “의회는 5월28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며 “주민투표지역을 일봉산을 포함한 4개(일봉·노태·청수·백석) 민간공원사업대상지까지 확대해 나머지 세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과, 의회주관으로 소통창구를 마련해 주민투표일 전에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해결점을 끝까지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천안일봉산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는 6월1일 천안시의회 앞에서 규탄집회와 의회 항의방문 했다. 천안시의 일봉산 주민투표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수정제안한 결정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주민투표 직권상정안을 공식거부한 처사로, 주민주권을 보장할 의사가 당초부터 없었음을 반증한다’고 해석하며, ‘일봉산 보존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한 시의회가 공원보전을 핑계로 명분이나 내세우려는 정치적 논리가 너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민소환제를 통한 천안시의회 전체의원에 대한 불신임운동을 선포하는 등 시의회를 규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간과해선 안될 문제들
의회, 행정의 우려…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후폭풍, 책임공방

 

국토교통부의 ‘도시공원 민간개발특례사업’을 엉터리 정책이라고 지적하진 않는다. 도심산 일몰제 해제 후 개발이익에 편승한 난개발이 우려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해당 지자체가 도심산 전체매입이나 특례사업을 추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봉산 특례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환경단체 등의 ‘산림 전체보존’이라는 방향과, 개발에 따른 주변 손익당사자들의 ‘피해예측민원’이다. 하지만 피해가 예측되는 민원자들이 피해최소화의 최선책이라는 점에서 ‘전체보존’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제 칼자루가 ‘주민투표’의 손으로 넘어왔다. 박상돈 시장이 직권상정했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의회와 시행정의 시선을 살펴보면 현실적 문제는 심각하다. 차라리 절차 초기에 주민투표가 진행됐다면 상당부분 문제를 해소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첫째, 주민투표의 범위와 홍보다. 일봉공원 생활권에 속하는 일봉동·신방동·쌍용1동·중앙동·봉명동·청룡동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6개 동에 살면서 일봉산을 거의 가보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로, 이들의 무관심은 투표에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봉산 특례사업에 대한 장·단점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절차는 마련돼 있는 것일까. 이번 동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게 되는 주민투표는 천안시예산 7억원 안팎의 혈세가 사용되는 것도 부담이다.

둘째, 이번 주민투표는 33% 이상 참여에 과반수로 결정난다. 51대 49의 결과에도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정이 추진해온 것에 주민여론의 차이가 크다면 몰라도 변경사유가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많은 쪽에 결정된다는 것은 효과적인 정책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전문가들의 정책결정에 참고용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다.

셋째, 일몰제는 주민투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7월1일이면 공원부지가 자연녹지로 용도변경된다. 만약 반대결과가 나오면 시는 ‘자연녹지’를 사들여야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위치에 따라 개발이익의 차가 천차만별인 130명의 산주가 다 팔겠다고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넷째, 중요한 건 반대결과에 따라 시가 일봉산을 매입하고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냐는 것이다. 500억대면 매입할 수 있다는데 이에 대해 시는 답을 못내놓고 있다.

다섯째, 의회결정도 변수다. 지난해에 부결한 내용을 별다른 변경사항 없이 다시 상정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하다. 당시에도 25명의 의원이 심도있게 심사해 부결시켰다는 것이다.

여섯째, 주민투표에서 반대결과가 나온다면 민간사업자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알려지기로는 당초 2700세대를 개발하기로 했으나 충남도 문화재자료13호인 ‘홍양호묘’ 경관저해로 인한 현상변경허가 신청이 부결됐다. 이로 인해 900세대가 줄어든 1800세대만 지을 수 있는 것으로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소송을 하지 않고 물러간다 해도 그간 손해액을 변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 비용이  최소 수백억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문제를 알고도 ‘주민투표’를 추진하려는 박상돈 시장에게 특례사업 반대결과에 따른 묘수(해법)가 있을까. 주민투표 자체는 존중되고 이행돼야 하며, 수억원의 혈세를 사용하는 것만 고려해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반대결과에 따르는 막대한 혈세낭비는 누가 책임져야 할 지도 고민이다.

특례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체보존이 천안시민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이에 반발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심산이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되는 것은 지역사회의 목표고 꿈이다. 그러나 현실을 대입시키면 막대한 시예산을 절약하며 70%를 제대로 보존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모든 문제와 우려를 떠나 6월 주민투표가 진행되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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