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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시인의 '코로나19 마스크처럼'

등록일 2020년11월0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말복 이후 빨랫줄이 많이 늘어졌다.

추스르고 추슬러도 자꾸 처진다.

바지랑대를 곧추 세워본다.

오리나무 바지랑대가 후들거린다.

십리 먼저 지아비를 떠나보낸 요양원 아침,

식전부터 지어미가 화장을 하고 있다.

동백기름인 양 물비누 곱게 머리에 바르고

얼굴에 소독젤을 윤나게 바른다.

코로나19 이후 빨랫줄이 자주 출렁인다.

공들여 화장을 마친 지어미는

밥상이 차려져도 수저를 안 든다.

지아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단다.

겹상이 아니면 밥알이 모래알이라고

눈감고 입 다문 지어미의 결기가

바지랑대 꼭대기에 아슴아슴 걸려있다.

위태위태 빨랫줄에 매달려 볕바라기 하고 있는

코로나19 마스크처럼,

 


 

-이병석 시인(천안)
1985년 천안문협 회원으로 작품활동 시작
1992년 <문예사조> 신인상
2001년 충남문학 작품상
2012년 제11회 정훈문학상 수상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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