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규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이비인후과
우리가 듣는 정상적인 소리는 외부로부터 청각적인 자극이 있어야 들린다. 그런데 ‘이명(Tinnitus)’은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귀나 뇌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느껴지는 질환이다. 주로 ‘윙~’, ‘쏴~’, ‘삐~’ 등 등의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대부분이나 “웅” 등의 저음역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노인 질환? 젊은 환자도 증가
이명은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한 번 정도는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유병률은 우리나라 12세 이상 국민의 19.7%이며, 이 중 29.3%가 이명 때문에 불편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 및 청력저하와 관련이 있어 주로 70대 이상에서 32%로 높은 발생을 보이나, 최근 12~19세의 청소년에서도 17.7%로 이명을 호소하고 있어 점차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인은 대부분 청각성, 원인불명도 많아
이명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약 70~80%이고, 그 원인으로는 청각기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경우와 근육이나 혈관 같은 청각기관의 주위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비청각성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이명은 내이손상, 난청, 메니에르병, 만성 중이염, 약물로 인한 내이(inner ear) 손상, 뇌신경 종양 등 청각성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20~30% 정도 된다. 젊은 층에서 이명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산업화에 따른 소음의 증가와 스마트기기와 이어폰 사용 증가를 원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청력 저하도 유발원인
경미한 청력 저하나 특정 주파수대의 청력 저하가 이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청력 저하보다는 이명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명으로 인해 청력 저하가 발생한 것으로 잘못 알기 쉽다. 이명이 악화되면서 청력 저하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청력 저하가 진행되면서 이명이 더 잦아지고 악화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수면장애 악화요인
스트레스, 과로, 수면장애도 이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가 뇌의 흥분을 고조시키고 대뇌피질의 과도한 활동이 이명을 유발하고 증세를 악화시킨다. 또한 주위가 조용할 때도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마음건강 해쳐 삶의 질 저하
이명을 방치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를 비롯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위험도 커진다. 만성 이명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우울 장애로 고통 받고,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명 증상은 청력 손상이나 치매 등 영구적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명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이비인후과 귀 전문의를 찾아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원인 감별 필수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귓속의 상태를 확인하고, 난청, 메니에르병, 기타 내과적 질환들과 감별한 다음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이명도검사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뇌간유발반응검사, 뇌와 측두골 CT 및 MRI, 경동정맥의 혈관 조영술 등도 시행할 수 있다.
이명 재훈련 치료 효과
우선 원인질환이 있다면 그에 맞는 약물이나 수술 등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관적 이명에는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법은 없고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법은 ‘이명 재훈련 치료’다. 상담치료와 소리치료를 병행해 이명에 대한 공포와 잘못된 믿음을 제거하고, 이명을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명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80%는 이명 감소효과가, 20~30%는 아예 이명이 소실됨을 보인다.
이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소음이 많은 환경을 피하고, 금연과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숙면과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