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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유량동에 벚꽃카페 아시나요?

오래된 벚꽃나무 풍광 속… 라비갤러리카페 탐방

등록일 2021년04월1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린 1년 전,

그때 지오선(53)씨를 만났다. 천안 유량동(천안시 동남구 향교1길 30) 태조산길이 시작되는 청송사 앞. 거기서 수십미터 동네길로 들어가면 보이는 하얀 ‘라비갤러리카페’. 지씨는 바로 그곳 카페의 여주인이었다.
 

당시 카페가 첫 문을 열고 ‘권오선 화가의 그림전시’가 한달동안 내걸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지씨도, 그림전시도, 그리고 카페 자체도 처음. 모든 게 낯설은 상황에서 그림전시로 찾아간 것이 첫 만남이다.

“아, 조금만 일찍 오셨으면 요 앞 벚꽃이 너무 이뻤는데요.” 그녀의 첫 번째 자랑은 카페도, 갤러리도 아닌 ‘벚꽃(나무)’이었다.

당시 하얀 카페 옆마당에 조성된 정원에는 나무며 꽃이 잔뜩 멋부리고 있었다. 그 너머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었는데 ‘벚꽃나무인가?’ 하며 바라보니 4월 초순인데도 이미 벚꽃이 져버렸나 보았다. 아쉬움에 “내년 벚꽃 필 때면 꼭 소식 주세요” 했는데, 정말 1년 후 “벚꽃 보러 오세요” 소식을 보내왔다.

‘벚꽃카페’를 찾아간 건 그로부터 며칠 뒤인 4월 초순. 하필 그 사이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시인 김영랑은 모란에 대한 시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했는데, 심정은 그와 같다.
 

그래도 어기적어기적 찾아갔더니 아직 벚꽃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듯 화려한 본 모습을 남겨두고 있었다. 카페와 카페주인을 찾기보다 뛰다시피 벚꽃나무로 향했다. 그리고 원도 없이 보고 맡고 사진에 담았다.
 

벚꽃임자는 황룡사의 것. 절을 지으면서 심었다는데, 라비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최고이니 참 임자는 라비의 것이 아닐까.

벚꽃에 심취해 있노라니 지오선씨는 “이들 벚꽃나무가 아마 100년은 됐을걸요” 한다. 곧 카페에 앉아 진실을 찾는 토론이 이어졌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다원씨는 “벚나무는 통상 60년 정도가 일생이래요. 그럼 저 나무는 그 정도라 봐야지요.” 했다. 검색을 해보니 그의 말이 맞다. 벚나무의 수명이 의외로 짧구나 싶다. 
 

다시 질문이 바뀌어서 천안에서 이 정도 나이 먹은 벚나무가 어디 있을까 했다. 북일고 교정의 벚나무도 이들을 못따라갈 거라는 말도 나오고, 아마 천안에서 최고 아닐까 하는 말도 나왔다.

그나저나 올해 벚꽃은 지난해보다 2주나 먼저 피었다. 그만큼 빨리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쉬움에 한번 더 벚꽃을 쳐다본다.
 


 

볼거리 많은 '라비'라구요

벚꽃의 상념에서 빠져나오니 그제야 라비갤러리가 보였다.
 

카페주인에게 ‘라비’를 물었다. “독서모임에서 어느날 로맹가리 작가의 ‘자기 앞의 생’을 읽게 됐는데 ‘라 비에(la vie)’가 맘 속에 훅 들어왔어요.” 셀라뷔(c'est la vie)는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랑스어다.
 

23년의 직장생활, 어느 순간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때 ‘라비’가 다가온 것이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 좋아하는 그림도 원없이 하고 싶다. 꽃이 너무 좋다.’ 지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지씨는 화가다. 카페에서는 거의 매일 2시간씩 그가 가르치는 보타니컬 아트(식물을 소재로 한 작품) 수업이 진행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지난해 1월, 그리고 그가 카페를 연 4월. 운도 없게 둘은 지금까지 함께 걸어왔다.

라비카페의 특징이 4월의 벚꽃처럼 보이지만, 실상 1년 내내 갤러리의 전시가 채워진다는 것일 게다. 한달에 한번씩 전시를 바꾸는 라비갤러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쉰 적이 없다. 오히려 전시하겠다는 작가들이 많아 내년 6월인가까지 예약이 돼있다.
 

▲ 마침 민순원 작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 4월은 민순원 작가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구상과 비구상이 반반씩 걸려있으며, 민 작가는 비구상쪽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귀띔한다. 라비 안과 밖에 자잘한 소품들이 가득해 볼 거리가 많은 카페인데, 갤러리 그림까지 더해지니 카페의 매력이 오롯이 빛난다.
 

그녀의 카페 벽면엔 별빛 가득한 밤, 어린왕자와 여우가 앉아있다. 도란도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지금은 4월이니 벚꽃이야기를 나누려나.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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