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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모건의 『무탄트 메시지』를 읽고

김다원의 서평... 문명을 다시 생각하다

등록일 2021년04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호주 원주민이 왼손을 오른쪽 어깨에 올리고 어딘가를 보고 있다. ‘무탄트 메시지’란 책의 표지다. 그런데 그 눈빛이 심상치 않다. 꽉 다문 입과 이마의 깊은 주름, 덥수룩한 수염을 한 얼굴은 강력한 느낌을 준다.


‘말로 모건’이 짓고 류시화 작가가 옮긴 책이다. 정신세계사 출판이다. 말로 모건은 자연예방의학을 전공한 미국의 의사였다.

그는 호주 정부의 초청받아 의사로 활동하던 중 호주 원주민 집회에 초대를 받는다. 사막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과 넉달에 걸친 도보여행을 하면서 문명에서 벗어난 독특한 삶을 경험한다. 그 후 미국에 돌아가 『참사람 부족의 메시지』를 펴내고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경험한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누구보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을 나는 내 눈으로 보았다.”

과연 문명이 인간을 풍요롭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문명을 누리고 살던 의사로써 그들과의 경험은 충격이었다. 문명 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부족의 삶을 알리고 싶어 쓴 책이다. 
 


원주민들은 문명인을 ‘무탄트’라 부른다. 인간이 어떤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서 원래의 모습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사막에서 보낸 하루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원주민 여자가 묘한 표정을 짓고 작가를 보았다. 작가가 물었다.

“저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걸까요?”

오타가 말했다.

“당신이 본래 갖고 있던 꽃향기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도 당신이 외계에서 온 모양이라고 여기고 있는 겁니다.”

참사람 부족은 긴 여행을 하는 동안 먹을 것을 갖고 가지 않는다. 그들은 대자연을 향해 먹을 걸 요청했고 그것이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조금도 버리지 않는다. 그러면 언제나 그것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것을 받았다.

이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모든 것은 반드시 목적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일시적인 변덕이나 우연 또는 무의미한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잘못 이해하고 있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고, 아직 인간에게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신비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참사람 부족이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금이든 많이든 결코 남을 속이지 않는다.

우리는 나이를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생일축하를 한다는 말에 그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작가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들은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다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지요.”

“삶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잘 관찰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어 전보다 현명해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어떤 경험이 끝나면 그것을 축복하듯 고맙다고 말하고 평화롭게 떠나는 게 좋습니다.”
 

▲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이 운명적인 일이다. 이곳엔 당신과 연결된 사람이 있다. 그 약속은 당신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루어졌다.

참사람 부족에 따르면 삶과 생명이라는 것은 운동이고, 앞으로 나아감이고, 변화이다. 그들은 살아있는 시간과 살아있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했다.

화를 내거나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기분에 빠져 있을때, 그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그를 아직 땅에 묻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세상에는 숨을 쉬면서도 살아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았으며 이제는 마음놓고 대지를 떠난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젊은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금욕을 한단다. 그들이 무탄트, 즉 문명인에게 하는 마지막 부탁의 말이다.

“아무쪼록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 그리고 당신들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고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류시화 작가의 마지막 글을 덧붙인다.

“호주의 원주민들은 ‘과거’를 ‘나 와 오무아’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무탄트 메시지』는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시간들에서 우리에게로 전해지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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