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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에 찾아온 치매, 세상과 단절된 삶

기억은 잃어 가는데, 육체적 통증은 갈수록 커져 

등록일 2021년07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국민학교를 졸업했다는 기억만 있고, 중‧고등학교는 모르겠어요. 뭘 하고 지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저도 기억하고 싶은데….”

김성진(58‧가명, 읍내동)씨는 유년기,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는 천안시 안서동에서 4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에게는 한 명의 누나와 세 명의 남동생, 오래 전 사망한 친부 그리고 소식을 알 수 없는 친모가 있다. 그러나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한 기억은 전혀 없다.
잃어 가는 기억 속에서도, 김씨에게는 가장 선명한 한 가지 장면이 매일 선명하게 떠오른다. 바로 교통사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이다. 김성진씨는 30대 초반부터 잔디사업을 했다. 당시 경운기를 운전하다 기기 고장으로 경운기가 뒤틀리며 경운기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대로 의식을 잃어 대 수술을 받았는데 그 이후 과거, 현재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지워졌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IMF 경제위기까지 겹치며 잔디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때부터 경제적 어려움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 이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배우자와 이혼까지 하고, 사랑하는 자녀들 삼남매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이혼 전 까지는 주거지를 포함해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혼 과정에서 배우자가 땅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가져갔다. 소유하고 있던 땅은 부동산 사기로 가치가 없는 땅을 구매한 것이었다. 결국 헐값에 다시 팔면서 1200만원의 부채가 발생했다. 

환청과 몽유병으로 정신병원 입원치료 

김성진씨는 2008년 7월 정신장애판정을 받았다. 판정시기를 기억하지 못해 복지카드를 확인하며 추정할 뿐이다. 

교통사고, IMF경제위기,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로 매일 술과 담배에 의지했고 마음이 불안했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상태를 더 크게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니 쉽게 멈출 수 없었다. 

갈수록 환청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졌다. 누군가를 계속 의심하면서 이웃들과 멀어졌고, 소통하고 대화 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에 의존하며 살고 있지만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성진씨는 갈수록 단기기억력이 사라져 2016년 53세의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환청과 몽유병이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까지 받았다. 

몽유병이 심할 때는 잠에서 깨어날 때 집이 아닌 곳에서 일어날 때도 자주 있었다. 새벽에 이웃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이상행동도 보였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능을 상실한 치아로 고통

성진씨는 요즘 치아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망가진 치아를 오랜 시간 방치해 지금은 치아의 기능을 모두 상실했다. 씹을 수 없어 끼니때마다 힘겹게 밥을 삼킨다. 복지관 연계로 치과에 방문해 검진을 받은 결과 14개 이상의 치아를 치료해야 하며 비용은 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수급비로 어렵게 생활하는 처지에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다. 
만성 복합 치주염(K05.31), 치아의 습관성 마모(K03.11), 상아질의 우식(K02.1), 치과 보철물 파절 및 상실(T85.6)로 특히 하악 우측 치아의 치주염으로 인한 동요로 농양이 있는 상태이며, 잇몸이 주저앉았다. 이를 방치하면 앞으로 음식을 다시는 씹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주저앉은 잇몸의 치아는 발치를 해야 한다. 
한 쪽만이라도 치아 기능을 살려야 하는데 더 이상 방치하면 그 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

단절된 삶을 살던 성진씨는 기억력 장애, 방향감각 상실 등의 증상이 심해져 가스 불을 켠 것을 자주 잊는다. 또 약물 복용 횟수도 잊어버려 중복해서 과잉 복용을 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본인도 모르게 소변을 보는 일도 있어 스스로 도움을 받기 위해 2020년 8월 복지관에 방문했다.
복지관의 도움으로 2020년부터 주간보호센터를 이용 중이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가장 출석률이 높으며 평일뿐만이 아니라 주말에도 센터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화단을 가꾸는 시간이다. 꽃을 바라보는 것이 좋고,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센터에 다니고 나서부터는 술도 먹지 않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건강해 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딸과 아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슬퍼하던 성진씨가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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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시사><교차로>는 삶이 벼랑 끝에 내몰린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희망나눔 1004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1인1구좌(1004원) 기부운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후원문의:☎555-5555)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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