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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 꽃, 나무딸기가 되었네

등록일 2021년09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그립던 소녀 만나면 꽂아줄까 산딸나무꽃, 
그 붉은 열매하나 따 먹으며 고향으로 가네

 

아파트에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공이 멀리 나갔다. 풀숲을 살피다보니 빨간 열매가 있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숯검뎅이가 풀숲에 숨어들어 잠들었다가 햇살을 받은 것 같다. 나보다 빨간 열매가 더 좋았는지 노란 공이 빨간 열매 사이에 있다. 
 

얼굴을 드니 나무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혹시? 얼른 사진을 찍어 검색해보니 말로만 듣던 산딸나무다. 익으면 먹을 수 있단다. 얼른 하나 따서 먹어 보니 제법 달고 즙은 많은데 씨가 굵다. 효소나 술을 담글 수 있단다. 

생각난 김에 바구니를 가지러 갈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새들이 좋아하는 열매라니 양보해야겠다. 우리 아파트에 동박새, 까치, 그리고 참새와 휘파람새까지 좀 많은가. 
 

9월 10월에 열매가 붉게 익는다. 익은 열매가 딸기와 비슷해서 산딸나무라 부르지만 줄기로 벋는 ‘산딸기’와는 다르다. 산딸나무의 꽃과 잎은 폐와 호흡기를 이롭게 하며 어혈을 없애준다고 해서 시골에서는 말려두고 상비약처럼 쓰기도 한다. 

영명도 ‘Dog wood’다. 개의 피부병에 쓰고 개에 물린 상처를 치료한 것에서 유래한다.

열매로 효소나 담금주를 한다니 주렁주렁 달린 붉은 열매를 보면 손이 절로 간다. 요즘은 아파트 정원이나 수목원에 아주 많다. 먹는 열매인 것을 아는 이만 아니 아는 만큼 이익이다. 이젠 자세히 보자. 관찰하는 것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산딸나무꽃을 처음 본 때가 생각난다. 3년 전 충남 부여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갔을 때였다. 집 뒷산으로 난 오솔길을 걷는데 하얀 나비 수백마리가 초록잎에 앉은 것 같았다. 

숨이 멎는 듯 황홀했다. 걸음이 빨라졌다. 가까이 가서 보니 층층나무처럼 벋은 가지 위에 하얀 잎 4장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꽃잎이 아니라 나비와 벌을 불러오기 위한 가짜 꽃 ‘포’라고 친구가 알려주었다. 포 가운데 동그란 열매에 진짜 꽃 2~30개가 있다. 
 

▲ 봄엔 흰색인데 가을에 핀 바보 꽃이 연녹색이다.


산딸나무 커다란 꽃잎을 생각하면 영화 속 소녀의 해맑은 미소가 생각난다. 몇 년 전 본 ‘웰컴투 동막골’이다. 

영화 속 소녀는 산에서 들국화를 꺾어 머리에 꽂고 아무 경계도 없이 북한 군인에게 “이쁘나?”고 묻는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산골의 소녀다. 게다가 동네아이는 그녀를 미쳤다고 했으니 아마 봄철이었다면 그녀는 산딸나무꽃을 따서 동글동글 돌리다 머리에 꽂고는 또 “이쁘나, 나 이쁘나?”고 되묻지 않았을까? 

그녀가 아니라도 산딸나무 깨끗한 흰꽃을 보면 머리에 꽂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보통 벚꽃이나 사과꽃 등은 꽃잎이 5장인데 산딸나무는 4장의 꽃잎이 마주보고 난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십자가 꽃’이라며 반긴다. 

목필균의 시 ‘5월 어느 날’에서도 산딸나무를 표현해놓은 구절이 눈에 띈다.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산딸나무 하얀 꽃을 보면 가슴에 묻었던 고향의 소녀가 되살아나는 듯 그리움이 피어난다. 

내년 봄엔 꼭 산딸나무꽃을 봐야겠다. 하얗고 소박한 그 꽃을 보는 순간 누가 아는가! 그 소녀의 안부를 묻고 싶어 고향으로 달려갈지. 그녀를 만나면 산딸나무 하얀 꽃 하나 머리에 꽂아 줄까나? 

둘 다 미쳤다 해도 좋으리. 그녀만 만날 수 있다면….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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