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윤동주와 나, 잠을 설치는... 살아가는 염원의 흔적
솨 - 철썩! 파도 소리 문살에 부서져
잠 살포시 꿈이 흩어진다.
잠은 한낱 검은 고래 떼처럼 설레어,
달랠 아무런 재주도 없다.
불을 밝혀 잠옷을 정성스레 여미는
삼경.
염원.
동경의 땅 강남에 또 홍수질 것만 싶어,
바다의 향수보다 더 호젓해진다.
1938. 6.
2022년 장마는 6월 말부터 슬금슬금 눈치보다가 7월 초순이 되어 쏟아진다. 올해는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린다. 습한 장마와 찜통 더위는 따로따로 와야건만, 어찌 야박해졌을까.
이건 단합이다. 사람에 대한 자연의 심술이며 도전이다. 원인이야 사람으로부터 시작됐겠지만 용서가 아닌 복수 아닌가. 수없이 용서하고서야 복수를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이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비가 온다.
김소월의 『왕십리(往十里)』와는 다른 느낌의 비가 윤동주에게 온다. 소월은 1923년 왕십리를 통해 떠나는 임과 헤어지기 싫어 비를 흩뿌렸다. 윤동주는 비 오는 밤, 잠을 깼다.
하나, 둘, 셋, 넷...
밤은 많기도 하다.
-윤동주
잠 못 이루는 밤은 둘 중 하나다. 너무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거나, 그 반대이거나.
소풍가는 날은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시험을 보는 날도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좋거나 나쁘거나’라기 보다 ‘중요한 일’을 앞둔 이의 마음이 싱숭생숭해 잠이 오지 않는 거다.
동주에게는 그게 조국의 앞날이었을까. 그의 ‘염원(念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또한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는가. 그깟 더위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