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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딱 붙어잔다우… 자귀나무

부부가 한 이불 덮고 자면 수면의 질도 높아진다는데

등록일 2022년07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초등학교 교편을 잡다 퇴직한 친구가 있는데, 만나기만 하면 남편 자랑이 대단하다.

오늘도 그이가 어디를 갔는데 언제 들어온다고 했다거나, 무엇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늦잠을 자면 밥을 다 차려놓는다거나 작은 화분이라도 옮길 때면 얼른 들어준다고도 했다.

다른 주제로 돌려도 어느새 가로채서 다시 자기 사는 이야기로 돌려놓는 그녀는 '나이 들면 부부가 더 붙어 자야 한다'며 잠자리 이야기까지 한다. 

그 친구와 유구의 수국축제에 갔을 때였다. 만개한 수국사진을 찍다가 고개를 드니 몇 걸음 앞에 분홍 꽃을 달고 있는 나무가 냇물에 멋진 자태를 흘리고 있었다. 

“너랑 꼭 같은 나무가 저기 있다.”

“무슨 나문데?”

“자귀나무” 
 

봄이면 나무들이 서로 다투듯 잎을 내고 윤기 나는 잎을 자랑스럽게 팔랑거리도록 자귀나무는 잠잠하다가, ‘나무가 죽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마주보며 잎을 낸다.

낮에는 각각의 잎이 따로 나풀거리고 놀다가 밤만 되면 양쪽 잎이 딱 붙어 하나가 된다. 그래서 이름도 짝 나무 〉짜기 나무라 부르다가 자귀나무가 되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하지 않는가. 부부가 갈등이 있다가도 합방하고 나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일상으로 돌아가듯 밤마다 잎을 합한다.

그래서 자귀나무는 ‘애정목’ 또는 ‘합환수’라 하고, 집의 정원이나 공원에 많이 심는다. 마주보던 잎들이 밤이면 하나로 접히는 것을 수면운동이라 하는데 낮엔 광합성 작용을 하고 밤엔 수분이나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한 작용이다. 

자귀나무는 서양에서는 비단나무(Silk Tree), 일본에선 네무노기(잠자게 하는 나무)라 한다. 비단나무라 불리는 이유 중 연분홍 꽃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보여서고 네무노기는 심신불안이나 우울증 불면증에 껍질을 달여 마시거나 꽃차를 만들어 마시면 효과가 있어서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이나 심신불안 우울증에 쓰거나 혈액순환과 통증완화에 쓴다. 또 정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 
 

콩과식물로 양지바른 곳이나 벌채한 곳, 파괴된 숲 등에서 잘 자랄 만큼 생명력도 강하니 가까이 보면서 힘을 얻는 것도 좋지 않을까?

꽃을 보기 어려운 여름에 길가나 야산에서 연분홍 자귀나무꽃이 하늘거리면 참 반갑다. 그러나 분홍 보드라운 꽃은 실은 꽃이 아니라 꽃 수술이다.

꿀을 많이 갖고 있어 곤충이나 나비가 좋아하니 잠시 머물러 보다가 가야 한다. 끈적끈적한 물질이 머리에 떨어질 수 있고 나무 아래 자동차를 두면 새나 곤충의 배설물을 닦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소 쌀 나무’라고 할 만큼 소는 자귀나무 잎을 좋아한다. 자귀나무잎을 먹은 날은 소도 되새김 안 하고 꿀잠을 잘까? 부부나 커플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자면 혼자 자는 것보다 수면의 질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같이 잘 짝이 없는 이들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자귀 나무꽃으로 담근 술 한 잔 마시고 잠을 자보자. 누가 아나. 단잠 속에서 멋진 이를 만나 꼭 끌어안고 한 침대에서 잠을 잘지?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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