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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시인 ‘다섯번째 시집 내다’

톡톡 쏘는 시구로 『적금 타는 날 기다리듯』 출간

등록일 2022년07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병석(천안문인협회)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적금 타는 날 기다리듯』을 출간했다. 

60을 훌쩍 넘어 70으로 달려가는 길. 굳이 현실을 외면해도 될 일인데, 이 시인은 시를 통해 정면으로 들이박는다. 
 

<퇴치할 방도는 없고/ 바늘로 콕콕 쪼다가 여차하면/ 예리한 송곳으로 사정없이 내리꽂는> 풍통을 이야기하고, 때론 <사지 멀쩡해서 감사하고/ 식솔이 아프지 않아 감사하고/ 친구가 곁에 있어 감사하다>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잔뇨가 일상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특제환약을 보약이듯 삼가 모신다는 이 시인. 그러면서도 <벗이여, 잔을 드시게!> 하며 인생 뭐 있느냐고 되묻는다. 

시집에서 맨 먼저 달려나간 것(글)이 '초로의 몸'이라면, 이제 의젓하게 걸어나가는 건 '요양원'이다. 요양원은 그의 직장이자 시적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행복할 때쯤/ 떠날 수 있어 고맙습니다> 하는 사람들. 운신이 어려워 기저귀를 차는 박 영감에게는 <올 때 찾던 기저귀, 갈 때 또 차고가네> 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희화화하며 위안한다.

백세 지난 할머니에겐 <안녕하세요!> 하고는 “내일도 안녕하세요!> 하는 마음속에 한겨울에 군고구마 먹는 인간적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 시인은 요양원에서 ‘관찰자’ 시점이지만, 함께 응원하며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 ‘시적 해결사’이자 ‘파이팅맨’으로도 존재한다. 

“이제서야 다섯권째이니 많이 느리다”는 그는 “그래도 세권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스스로를 대견해 한다. 

젊어서는 혈기(血氣)더니, 나이를 먹으니 점점 눈에 들어오는 건 ‘인(忍)’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처음부터 사랑스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갈수록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하며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매달린다.

그리고는 코로나19에서 <일주일 격리기간이 끝나고/ 忍(인)이라는 시퍼런 항체가 자리했다>는 것으로 동행의 맛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시인은 후반부로 가면서 생을 회고하는 ‘나’를 꺼내든다. 나이를 정비하는 건 과거의 늪에 빠지기 위함이 아니다. 더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아들아, 세상살이 험하다 탓하지 마라/ 정작 큰 적은 내 안에 있는 법>이라 말하지만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후에 먼 훗날 <적금 타는 날 기다리듯/ 그날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2020
 

나는 거목은 아니지만 

마당가 참죽나무는 되고 싶다

춥고 배고프고 지난한 세월

질긴 각질을 탈피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이웃과 더불어 그러고 싶다

나는, 너른 강은 아니지만

올망졸망 모여든 도랑물과 

한통속이고 싶다, 그렇게 

바다이고 싶다

나는, 끝 모를 들판은 아니지만 

냇둑에 소 한 마리

풀 뜯기는 농부이고 싶다 

나는.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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