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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없었던 약속, 이제라도 지키자” 

[특별기고] 유병성 전 광복회 충남지부장...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귀환을 바라며

등록일 2025년02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병성(전 광복회 충남지부장)

대한민국이 일제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도 8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 함께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은 이제 거의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것은 그들이 남긴 정신과, 고향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 많은 후손들의 삶이다.

나의 아버지, 유정근(본명 유민식) 지사는 1898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경술국치가 일어난 1910년 대동법률학교 재학 중 5만원이라는 거금을 가지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만주, 상하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했고, 성동사관학교를 세워 독립군 간부를 양성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질 때는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국내에 몰래 잠입해 군자금을 조달하며 김좌진 장군을 발굴해 성동사관학교의 부교장과 신민부 군사위원장이 되도록 도왔다. 

1923년, 결국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출옥 후에도 만주로 향해 신민부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체포되었고 1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감옥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1942년 가석방되었지만 해방된 조국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치셨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와 함께 싸웠던 동지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책에 기록된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만주와 상하이, 러시아에서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해방 후 그들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의 기록도 남겨지지 못했다. 남과 북으로 갈린 한반도의 현실 속에서, 그들의 후손들은 조국이 아닌 타국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해방된 조국에서 함께하자는 다짐,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나라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한때 잊고 살았던 우리의 이웃들이 해방된 조국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이방인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리며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자녀들이고, 일제를 피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우리의 가족이며,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이제라도 그들이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할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그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작은 감사이자, 지켜주지 못했던 약속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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