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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직 던진 충남지사, 왜 한나라당은 못 버리나

지사직 버리면 ‘세종시 원안’ 지켜질까

등록일 2009년12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 지사가 자신의 약속을 지켰는지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이완구 충남 도지사가 지사직을 내던졌다. 그동안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왔던 이 지사는 3일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도민의 상실감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단순 비교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언해오다 이를 뒤집었지만, 이 지사만은 지사직을 내놓는 것으로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이 지사는 정말 약속을 지킨 것일까? 이 지사가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의 의미는 ‘지사로서 도민의 뜻을 받들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세종시 원안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따라서 이 지사가 자신의 약속을 지켰는지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그가 지사직을 건 출발이 ‘세종시’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세종시 행적을 보는 다른 눈

우선 이 지사가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해 몸으로 싸워온 ‘행정도시 무산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비대위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이 지사가 원안 사수를 위한 충청도민 궐기대회에 단 한 차례도 합류하지 않았고 머리띠 한 번 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원안 사수를 정부에 호소하는 등 실행조치도 담기지 않은 말뿐인 ‘선언’만 했을 뿐”이라는 혹평이다. 이들은 그동안 묻어두었던, 노무현 정부 당시 17대 국회에서 ‘세종시설치법 국회 통과 저지에 나선 이 지사의 원죄’까지 끄집어냈다.

반면 같은 날 이 지사 초청 ‘충청권 여론지도층 간담회’에서 발언대에 선 인사 대부분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 지사를 치켜세웠다. 한나라당 소속 충남도의회의원들은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하여 원안 관철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력하던 이완구 지사께서 정부의 수정안 계획에 절망했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이 지사가 이후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하나다. 지사직을 사퇴하면 세종시 원안 관철에 오히려 난관이 생긴다는 얘기다.

“말뿐인 선언만” vs “원안 관철 위해 혼신의 힘”

이 지사의 지난 행적을 극찬했던 한나라당 소속 충남도의원들도 2일 성명을 통해 “도지사의 사퇴는 세종시 원안을 포기하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각인시켜 줌과 함께 원안 관철의 구심점 역할을 스스로 접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도지사를 사퇴하면 평범한 자연인으로 원안 추진의 동력을 급격히 상실할 것인 바 중도사퇴는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취해야 할 판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퇴란 작은 명분보다 끝까지 투쟁하는 큰 명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권비대위의 판단도 이와 같다.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역량을 모아 행정도시 사수 투쟁을 전면화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지사가 몸으로 실천해야 할 첫 행보는 ‘지사직 사퇴’가 아닌 ‘한나라당 탈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당 없는 지사직 사퇴는 겉으로는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행정도시 사수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이율배반적인 행위”이고 “비겁한 행보며 결국 원안 사수의 투쟁 대열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도 사퇴의 변을 통해 “제가 사퇴하는 것으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왜 저항의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탈당 없는 지사직 사퇴’를 선택한 것일까? 같은 당 도의원들에게까지 명분 없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는 우려를 들으면서까지 말이다.

탈당 없는 지사직 사퇴, 그 이유는?

친이(親李)계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 지사를 “세종시 문제를 기회 삼아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는 개인플레이”라고 평했다. 

친이(親李)계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 지사를 “세종시 문제를 기회 삼아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하려는 개인플레이”라고 평했다. 

대전의 한 중견 언론인은 3일 지면을 통해 “차라리 도지사 자리를 버릴지언정 차마 당(黨)은 떠나지 못한다”며 “정치인들에게 여당은 ‘정치적 안전지대’이고, 좋은 벼슬자리를 향한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선출직은 그를 뽑아준 사람들의 뜻을 국정과 도정에 반영할 의무를 갖고 있다. 지사직을 버린 이 지사가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해 어떤 행보를 해나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 지사의 바람처럼 “갈등과 분열을 용광로에서 용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지사를 뺀 모든 이가 지사직 사퇴는 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한 마음의 표현일 수는 있을지언정,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충언련/심규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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