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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에 대한 단상

충남교육감 정무비서 이충렬(덕수 이씨 충무공파 칠대손인 안흥공의 장손)

등록일 2014년08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충남교육감 정무비서 이충렬
(덕수 이씨 충무공파 칠대손인 안흥공의 장손)

영화 ‘명량’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광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이 온 가족을 대동하고 극장을 찾았을 정도니, 천만 관객 돌파가 과장은 아닌 듯싶다. 극장을 찾은 그날도 영화관은 이미 만석으로 채워져 있었고 객석은 남녀노소가 두루 어우러져 관객층 또한 다양했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이순신 장군은 안다고 할 만큼 우리 기성세대들에게는 뻔 한 이야기가 영화 ‘명량’을 통해 다시금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세에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한방에 구원할 영웅 출현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아니면 백척간두에 서 있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진정한 애국자의 모습이 그려서 일까. 아무튼 내가 본 영화 ‘명량’은 당시의 실록을 고증하는 등 일정부분을 사료에 근접하려 애쓴 모습이 들었다.

영화 스토리는 크게 두 얼개로 나뉘어 졌다.

전반부 얼개가 명랑해전 이전의 조선과 왜적, 이순신 장군 등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면, 후반부는 세 주체들의 복합적인 이해타산과 명분이 얽혀 충돌하는 전쟁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원고지 수 백 페이지에 담아도 부족할 전쟁 전 상황을 몇 십 분의 영상에 담아낸 제작자의 노고는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분량으로 보다 간명하고 감동적으로 이순신을 그려낼 방법이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영화는 영화일 뿐’

나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특히 영화배우 최민식이 그려낸 특유의 카리스마와 내면 연기는 이순신 장군을 재창조하며 부활시켰을 뿐더러 장군의 슬픔과 분노, 외로움, 두려움 등의 모든 감정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 들어왔다.

카리스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기자 유승룡.

그가 맡은 구루지마는 너무 허무하게 끝맺어 아쉬움이 남는다. 최전방 선봉부대를 맡아 이순신의 대장선에 거칠게 돌격한 다음 마침내 대장선에 도선해 칼을 들고 이순신과 맞서다 단칼에 목이 날아가는 것으로 역할을 마감했는데, 뭔가 대단한 싸움을 기대했던 관객으로서 많은 아쉬움과 허탈함이 남았다.
사실 구루지마는 삼국지 칠종칠금의 주인공 맹획 만큼이나 사납고 용맹한 장수였다.

일본의 전국시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군으로 받들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수군을 격멸한 것도 구루지마 가문이었고, 해전에 관한한 당시 최강의 조직을 자랑한 것도 그의 가문이었다.

사료에 따르면 영화에서와 같은 선상 백병전은 없었으나 최강 해군을 거느리고도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구르지마를 이순신의 용맹함과 대비시켰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은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 후반부의 해상전투신은 ‘명량’의 백미였다.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당시 전쟁의 치열함과 끔찍함, 지략, 전술을 영상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장군의 용맹과 애국심보다는 닥쳐오는 상황마다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찡하게 마음이 흔들었다.

영웅이 아닌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 모습이 아프게 와 닿았다고나 할까.

그 분이라 해서 어찌 두려움이 없고, 어찌 외로움이 없었겠는가. 죽기를 각오했을 때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고 그 각오로 싸웠으니 일당백을 아니 일당천을 만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앞으로의 이순신 영화는 장군이 아닌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그려 지기를 희망한다. 하루아침에 영웅이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간적 역경과 슬픔을 극복하고 큰 그릇이 되고야만 인간 이순신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바로 이순신을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현재를 사는 우리와 친숙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 ‘명랑’을 통해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됐다.

사실 나는 덕수 이씨 충무공파 칠대손인 안흥공의 장손으로서 현충사 인근의 탕정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적 걸핏하면 그분의 위대한 공적을 동일시하며 긍지를 가졌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영화 ‘명량’을 보고난 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해왔는가’ 하고 되묻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고 만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 옵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아직 12척의 무엇이 남아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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