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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화를 통해 보는 미래사회가 두렵다 

인공의식이 있는 AI를 장난감 사듯 사는 사회, 인간같은 로봇과 경쟁하는 사회     

등록일 2023년07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다원 시인·수필가〕 미래는 과거가 주는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오늘 우리가 만드는 것이 우리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났다. 죽은 사람을 불러내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별의 인사도 없이 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사랑한다는 말과 보고 싶었다는 말도 하고, 잘 지내란 마지막 인사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순직 조종사 박인철 소령이 AI로 부활하여 엄마와 만났다. 아들은 자기가 조종사가 된 것을 속상해하지 말라며 엄마를 위로하고, 엄마는 조종사가 되지 못하게 마지막까지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우는 엄마를 울지 말라 위로하는 아들을 보면서 한 달 전, ‘리움’ 미술관에서 경험했던 기계가 생각났다. 고글처럼 생긴 안경을 쓰니 조선시대의 선비가 걷고 있는 길을 함께 가고 산비탈을 지나 천길 벼랑 끝에도 선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것이다. 말로만 듣던 일들이 벌써 우리 곁에 왔다.  

닭과 감자를 튀기는 로봇과 음식을 나르는 로봇의 시중도 받았다. 의사도 판사도 직업을 빼앗기는 시대가 올 듯하고 수능시험 문제도 AI가 대신 내는 날도 오지 않을까? AI가 그림을 그리고 광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시대니, 예술가들도 긴장한다. 어느 것이 인간이 한 것이고 어느 것이 AI의 작품인지 판결하기도 어렵다.

『개미』란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AI가 각종 소설이나 철학 또는 심리학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지만 공상과학에 대한 소설은 아직 못 쓸 것이라 했다. 경험한 것을 조합하여 만들어 내는 수준이니 경험하지 못한 우주 공상과학 소설은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란다.

그러나 ‘인공의식’을 갖게 되면 달라질 것이라 했다. 인공의식이란 AI가 의식을 갖는 것을 말한단다. 인간이 입력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어떤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자기가 태어난 것을 알고 죽을 것을 아는 로봇이다. 의식이 있는 기계라니, 그 기계가 사람보다 더 강한 물질로 만들어지고 부품이 망가지면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고, 그것들을 스스로 다 해낸다면 우리는 이 기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이것이 5년 안에 만들어질 것이라 했다. 테슬라 자동차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개발을 조금 늦추자고 주장했다. 인공의식을 가진 AI를 통제할 방법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만들어진다면 그 후에 오는 문제를 염려한 것이 아닐까. 
 


벌써 10여 년 전에 그런 일을 예고하는 영화가 나왔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Her’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랑을 다룬 것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와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편지대필가다.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그는 어느 날 광고를 보고 여자친구를 구입한다. 컴퓨터 속 ‘사만다’다. 그녀는 다정한 아침인사뿐만 아니라 메일을 체크해주고 테오도르가 쓴 편지를 교정해 준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그도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는 사만다와 깊은 감정을 나눈다. 밖에서 사만다와 데이트하면서 행복해하는 테오도르를 보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만다는 인간의 이해를 넘는 수준으로 진화하여 새로운 차원의 탐구를 원한다. 그리고 무한대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처럼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후회도 하며 화도 내고 창피한 감정도 갖는다. 어느 날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나 말고 사귀는 남자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8316명이고 그들 중 641명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충격에 빠진 그를 두고 이별을 먼저 선언한 것도 ‘사만다’다.
 


또 다른 영화가 있다. 이젠 몸을 가진 AI에 대한 영화, ‘엑스 마키나’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로 ‘Her’보다 한 발 더 나갔다. AI를 장착한 로봇을 만드는 회사 대표 네이든이 회사 최고 프로그래머인 칼렌을 자기 작업실로 초청한다. 비밀리에 새로 만든 AI 로봇의 한계가 궁금하여 이를 실험하기 위해서다. 대표를 만난다는 것에 흥분한 칼렌은 아름다운 여자 AI 에이바를 만난다. 에이바는 유도질문을 통해 그의 속내를 알아내기도 하고, 점차 자기에게 빠져드는 칼렌이 자기를 믿고 돕도록 만든다. 에이바는 네이든 몰래 정전상황을 만들어 네이든과 그의 AI 비서를 죽이고 보통여자로 변장한 후 헬기를 타고 탈출한다. 그런데 결말이 놀랍다. 칼렌과 함께 탈출하나 싶었는데 그를 그곳에 가둔 채 유유히 빠져나간다.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여행을 함께 한 친구가 AI라는 것을 나중에 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도 인식을 가진, 게다가 인간보다 지능이 빨리 확대하고 인간보다 강한 신체와 무기를 가진 AI라면 어떨까. 

얼마 전 ‘리얼돌(real doll)’ 수입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결혼도 기피하는 시대에 비서의 역할과 집안일을 돕는 것은 물론 불편한 신체를 돕는 역할까지 하는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리얼돌에 인공의식까지 더한다면 어떨까? 인간과 공존하는 사이보그, 그리고 인식할 줄 아는 로봇과의 관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가 곧 올 것이고, 더 나아가 그들의 지배를 받는 세상이 영화처럼 될 수도 있다면 어떻게 하나? 그렇다고 지금 중지할 수도 없고 중지하려는 의지도 없을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설국열차’에 타고 오늘도 하루가 간다. 겁이 나는 하루가 간다.      



 

편집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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