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교수/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성조숙증’은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아는 8만6352명으로, 2012년 5만3333명에서 약 1.5배가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이전,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여아가 남아에 비해 5~10배 많다. 2차 성징의 조기 발현과 함께 나타나는 빠른 골성숙으로 인해 최종 성인 키는 작아질 수 있고 심리적 문제나 행동 문제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뇌종양, 선천성 뇌기형, 수두증, 뇌염 및 뇌농양, 머리 외상, 난소·고환·부신의 질환, 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 등이 있다. 중추신경계, 난소, 부신의 종양 등과 같은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 성조숙증의 원인에 포함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콩류를 포함하는 특정 식품, 환경호르몬 등도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인과 관계는 아직 충분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성조숙증 여아 환자의 경우 80~95%가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지만, 남아 환자에서는 50%정도가 원인 질환이 발견된다.

여아 환자는 8세 이전에 유방의 발달이 있거나, 남아 환자는 9세 이전에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음모가 출현하거나 더 진행되는 경우 초경을 하는 아이도 있다. 성조숙증 환아는 어린 나이에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성장속도가 빨라져 사춘기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다. 하지만 사춘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고 성장이 멈춰버린다. 결국 성인이 되면 최종 신장은 상대적으로 작게 된다. 따라서 여아는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경우 전문가를 찾아가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성조숙증의 진단은 2차 성징이 나타난 시기, 원인 질환,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의 확인, 최근 성장 속도와 성성숙의 진행 정도에 대한 평가, 방사선 촬영을 통한 골연령 측정, 호르몬 검사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실시하여 진행한다. 원인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또한 처음 검사할 당시에는 치료를 요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 및 검사가 필요하다.

성조죽증의 치료는 원인이 밝혀졌다면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를 3~4주 간격으로 주사하여 2차 성징 진행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성조숙증은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며 불규칙한 치료를 받는 경우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2~5년 정도이며 진단 시의 나이, 골연령의 진행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치료 종료 시점은 일반적으로 여아는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이다.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효능제는 소아에게 30년 정도 사용되어 오고 있는데, 부작용이 거의 없고 매우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주사 부위가 하루 정도 아프거나 부을 수 있고 무균성 농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드물게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종료 후 6개월 내에 성호르몬이 다시 정상적으로 분비되어 사춘기가 진행되며, 정상인과 동일한 성호르몬 분비능력, 자궁발달, 임신능력을 보인다. 여아의 경우 치료종료 후 평균 6-18개월 뒤에 초경을 한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즉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통해 정밀 검진을 받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성조숙증으로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따뜻한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