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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연인을 위한 송가’

주연아 2007년 수필집… 글 하나에 반짝이는 보석 하나

등록일 2020년08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연인을 위한 송가>는 제2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한 수필집이다. 수필가 주연아씨는 대구출생으로 경기여고,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문학’에 수필로 등단(1993년)한 재원이다. 이 책은 2007년 발행됐으며, “깊고 캄캄한 인생이라는 광맥 속에서, 문학이라는 빛나는 원석을 캐내어 사람들에게 소중한 희망을 선사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문인들이 해야 할 소망이 아니겠냐”며 수필가로서의 자부심을 내보였다.
 


<완성된 가면, 그 하나를 위하여>에서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점을 밝힌다. 가면을 쓰고 관계를 맺는 우리. 가면은 나를 숨기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나를 드러내는 가장 겉껍질의 자아가 되기도 한다. 그런 우리, 그런 나는 보이지 않는 수천개의 가면이 있다. 그것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어 진다. 가끔은 이 거짓을 깨고 싶지만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여름 반 고흐의 특별전에 갔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감자먹는 사람들 등 불후의 명작들이 많았는데, 정작 내가 발길을 뗄 수 없었던 곳은 렘브란트의 ‘자화상’ 앞이었다. 그 앞에서 그만 큰 충격을 받았고 가슴 속에서는 느닷없이 강도 7의 강진이 일고 있었다. 발가벗은 한 영혼의 풍경화. 그의 혼은 광명과 암흑의 이중주를 연주하며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미술관을 나서며 나는 삶의 전쟁터에서 차마 가면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에게도 오래 전 어느 날엔 가면이 필요없던 어린아이이지 않았던가. 언제쯤이면 보이지 않는 이 가면을 걷어버릴 수 있을까.
 


<행복한 성자>에서 작가는 행복을 얻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부와 명예, 권세와 영광, 그리고 사랑을 언급한다. 행복의 체감지수는 이 욕망에 대한 성취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 다미앵은 지구 위의 가장 처절한 곳인 몰로카이섬에서 문둥병 환자들을 돌보며 살았다. 그리고 드디어는 자신도 문둥병에 걸려 50여세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세상의 잣대로 본다면 분명 불행해야 할 터인데, 그는 행복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죽는다. 그는 왜 이토록 행복했을까.
 

작가는 <연인을 위한 송가>에서 ‘나의 연인’은 수필쓰기라고 고백한다. 뒤늦게 만난 사랑,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사람들은 수필도 좋지만 소설이나 시를 써보라는 권유를 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반항을 하기로 하였다. 온당한 대접에 대한 대답없는 메아리를 기다리기 보다는 차라리 내 귀한 연인을 더욱 더 치열히 사랑할 것이란 작정을 한 것이다.

어느 봄날 신의 보속으로 축복의 꽃보라처럼 나를 방문한 수필... 햇빛이 찬란한 날 그를 잠시 잊는다 하더라도, 비 오고 바람 불면 내가 그를 찾아가리라. 눈물 나게 외로운 날, 눈물의 강 위로 노를 저어 호젓이 찾아가리라. 내 가슴 한가운데 떠 있는 수필의 섬 하나.
 


주연아의 수필을 읽다보면 늦가을 양지뜸에서 햇볕을 쬐는 것처럼, ‘평범한 행복’을 맞이한다.

그녀의 글은 깔끔하다. 아니, 정갈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현재를 사유하고, 더 나아가 인생을 통큰 배경으로 삼아 관조적 시각을 유지한다. 거기서 끝나면 ‘보기좋은 찌개’이겠지만, 그녀의 사유는 꼭 긍정적 전환을 거쳐 인간이 걸어가면 좋을 만한 생의 한 방향을 가리키며 글을 맺는다.

그 길을 따라만 가면 될 것 같은, 그 유쾌하고 신선한 삶의 궁극적 파라다이스를 만날 것 같은 느낌. 책을 다 읽고는 잠시 아름다운 호수를 산책한 사람의 마음을 얻은 듯한 나를 발견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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