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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은 선택 아닌 필수”

<기고> 천안동남소방서 정왕섭 구조구급팀장… 심정지 환자 대면시 생명 살릴 수도

등록일 2020년10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정왕섭 구조구급팀장.
작년 3월초 필자가 겪은 일이다. 그 날은 딸아이와 외출하려고 아파트 현관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바로 위층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는 60대 중반의 남성이 바닥에 잿빛의 얼굴로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한 편에 40대 남성과 70대 여성(환자 누나)이 안전부절하며 서있었고, 40대 남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심폐소생술 아세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필자도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며 적지 않은 세월을 심정지 환자를 처치·이송하는 업무를 했지만 이렇게 사복을 입고 비번날 심정지 환자를 목격하기는 처음이라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환자의 호흡, 심장이 멎춘 상태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119구급차에 의해 가까운 대학병원에 이송되도록 하였다.

나중에 알고보고 남매는 6층에 사시는 분들인데 1층에서 탑승하며 남동생이 심정지로 쓰러졌고, 12층에서 내리지 못하고 어떠한 응급처치 없이 11층에 도착했던 것이다.

심정지 환자는 장소를 불문하고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일어날 수 있다. 만일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심정지로 쓰러졌다고 가정해 보자.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막연히 있을 것인가 !

심폐소생술을 필수적으로 정확히 배우고 익혀둔다면 갑작스런 불행한 상황에 골든타임 내 최선의 응급처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운명론적 옛말이 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든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람의 노력 여하에 심정지 환자의 생명도 얼마든지 소생시킬 수 있다.

작년에도 우리 소방서 관내에서 9명이 갑작스런 심정지로 신고되셨던 분들이 있었다. 이들은 건강하게 회복되어 다시 두발로 걸어서 힘차게 병원문을 나서셨다. 이분들이 소생하여 새 삶을 찾게 된 공통점은 물론 119구급대와 의료진의 헌신적 활동도 있었지만 바로 처음 발견한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지체없이 잘 했다는 것이다.

한 여름의 이글이글 타오르던 태양도 고개를 숙이고 이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돌아 옷을 여미게 하는 10월로 접어들었다. 월별 통계를 보면 10월에서 2월(특히 겨울철)에 심뇌혈관 질환 사망 및 급성심정지 발생·사망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이에 소방서에서는 응급처치 실시율 제고를 통해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10월 한 달을 응급처치 집중홍보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감염증의 장기화로 대면 집합교육은 곤란하지만 심폐소생술, 기도폐쇄시 응급처치법 등 온라인상의 비대면 응급처치 교육도 관심을 갖고 반복숙달해 숙지한다면 유사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치진 않을 것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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