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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낙호, 수필집 ‘흔적’ 내놓다 

74세 늦깎이 수필가, 첫수필집 통해 체득한 삶의 연륜 드러내 

등록일 2021년08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밤마다 뒤엉킨 생각들을 풀어보려고 책상 앞에 앉아보지만 허공으로 흩어지고 핵심없는 변죽만 울리다 하얀 아침을 맞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임낙호(74·천안 두정동) 수필가가 『흔적』이란 수필집을 펴냈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평생 건축업에 종사해온 그는 2020년 ‘수필과 비평’을 통해 늦깎이 수필가로 문단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책읽기를 좋아했다 해도 ‘수필가’가 되는 일이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아름답지만 오르기는 쉽지 않은 게 산의 생리다. 준비 없이 오르는 산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갈증만 더해줄 뿐이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열심을 낸 끝에 50편의 글이 모아진 산문집을 내게 되었다. 
 


그의 글은 ‘깨달음의 철학’을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조선시대의 ‘실학’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글을 내었다. 글을 보면 그의 성정이 유리처럼 투명하게 보인다. 

‘창문’을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어느 위치에서 제 기능을 다할지, 어떤 모양으로 설치되어야 외부와 소통이 원활할지, 그리고 외관상 미적 수준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공정을 거친 아름다운 창을 얻기까지 기술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편 수필가로서의 그는 실존의 창문을 사람에게 대입해 본다.

<사람 사이에도 벽이 있으면 안되고 없어도 곤란하다. 너무 가까워지면 사생활이 침해되고, 너무 멀면 소원해진다. 적당한 거리에 마음의 창을 마련했을 때 좋은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발 더 나아가 ‘인류는 그 창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며 부단히 발전해 왔다’며 호기로운 주장까지 내던진다. 

‘창문’이 책의 맨 앞을 장식했다면 책의 제목으로 뽑은 ‘흔적’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공사 현장의 울타리를 따라가다 보면 조그만 트럭이 가끔 와서 팔기도 하는데, 조용히 물건을 팔고는 흔적도 없이 떠나간다. 또한 어느 할머니는 현장 한 켠에서 머리에 이고 온 채소를 팔았는데 다 팔고 나면 다시 바닥을 말끔히 정리하고 떠났다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너저분한 우리집앞 공사현장도 흔적없이 깨끗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나도 잠시 빌려쓰고 있는 이 지구를 떠나는 그때까지는 살아온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리라>고 했다. 

평생을 건축업으로 살다 퇴임한 후 무료하던 때에 ‘수필’이 무언지도 모르고 덜컥 수필 강의실에 들어간 날, 그 무모함이 그를 지금의 수필가로 살아있게 한다. 글을 쓴다는 건 고통스런 작업이지만, 이만한 낙(樂)도 없다.  


그저 심심풀이로 해보려던 수필쓰기가 ‘나’를 옴짝 못하게 잡아맨 지금, 설익은 글이지만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그런 글을 쓰리라 다짐한다. 

최근 눈이 극도로 나빠졌다. 잠시만 책을 읽어도 글자가 뿌옇게 퍼지는 장님이 되었다.

눈만 침침한 게 아니라 툭하면 귓속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이런 상황이 되니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흔적’은, 하나쯤 남기겠다는 욕심이 싹튼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가. 이제라도 늦기 전에 소설이라는 이름은 하나 남겨봐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

일단 수필집은 내었으니, 다음 언젠가는 세상에 '건축'과 관련된 소설책을 내놓고 싶다는 마음 간절해진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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