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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는 ‘멍텅구리’에서 나왔다

바닷물고기 이름, 하는 짓이 느리고 둔해 

등록일 2022년04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 멍청아, 그것도 몰라. 이그...”

어릴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 ‘멍청이’다. 

멍청이는 사전적 의미로 <어리석고 사리 분별력이 모자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멍청이보다 더 심한 말은 ‘바보멍청이’다. 그러고 보니 ‘멍청이’가 왜 그런 뜻이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둑중개.

멍청이는 ‘멍텅구리’에서 나왔다. 멍텅구리는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뚝지’라고 하며 동해안과 일본에서 많이 난다. 멍텅구리는 몸이 길고 옆으로 납작하다. 한국의 특산어종이다. 손으로 가만 움켜잡으면 잡을 수 있을 만치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다. 

멍텅구리는 쉽게 말해 ‘바보’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네컷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가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타게 된 듯하다. 만화주인공 최멍텅은 온갖 ‘멍청한’ 짓으로 사람들을 웃겼다. 

화투의 고스톱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열끗자리 화투를 가리키며, 멍텅구리배는 한 곳에 정박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새우잡이배를 뜻한다. 멍텅구리와 비슷한 말로 얼간이, 맹꽁이가 있다. 

작가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란 작품에서 “그런 일을 바른대로 말하는 멍텅구리가 어디 있느냐고요” 라는 대사가 나온다. 
 

뚝지.

나는 어렸을 적 여름철이면 저수지 아래에서 고기잡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죽이 잘 맞는 두살 터울 작은형과 같이 가면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에 살갗이 시뻘겋게 익는데도 아랑곳없이 고기잡이에 열중했다. 작살로 메기를 잡기도 하고, 족대로 수풀 주변을 뒤져 붕어나 송사리를 잡기도 한다.

때로는 멍텅구리를 잡기도 하는데, 수경을 쓰고 물 속을 들여다보면 송사리만한 물고기가 가만히 떠있다. 손을 양쪽으로 포위하며 천천히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바보같이 도망치질 않아’ 했는데, 진짜 바보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게가 ‘멍텅구리’였구나, 하고.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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