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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천에 유채가 만발했네

원성천에 벚꽃만 있나, 유채꽃 보며 한 십 리 걷고 싶다

등록일 2022년05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원성천으로 유채꽃 보러 가자.” 친구의 전화에 “무조건 오케이.”


원성천을 걷는다. 어느새 유채꽃이 천변에 만발했다. 노랑나비 흰나비도 꽃잎처럼 팔랑거린다. 아이들 팔도 팔랑팔랑, 할머니 팔도 팔랑팔랑, 유채꽃을 보면 몸이 가벼워지나 보다.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도 있고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도 있고 혼자 걷는 어르신도 있다. 어디서 왔을까? 선생님의 확성기 목소리가 나고 한 떼의 아이들이 농구대 아래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요렇게 찍어야 재미있는 사진이 만들어지는 겨.”

연신 사진을 찍느라고 몸을 구부리는데 친구는 더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렌즈의 방향을 돌린다. 아름다운 것을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나 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유채가 밟혀있다.  
 

막 꽃봉오리를 머금고 올라 온 순을 꺾어 맛을 보았다. 달다. 시원하다. 어릴 때 하루나나 장다리꽃을 꺾어 먹었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맛을 보아야 식물을 더 잘 기억한다.
 
미안한 짓을 했다. 그러나 꺾인 꽃은 얼른 곁순을 만들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니 조금 기다리면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하얀 고니 한 마리가 고개를 길게 빼고 먹이를 찾는다. 물속의 고기를 잡아야 하니 긴 목과 긴 부리가 필요한가보다. 날개를 펴고 우아하게 나르는 모습을 찍고 싶은 친구가 물속에 돌멩이를 던져보란다. “에이, 사진 찍는다고 고니를 괴롭히면 쓰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어느새 우리말을 알아듣나보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물이 맑아졌는지 송사리 떼도 많고 한 뼘 크기의 고기도 본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팔뚝만큼 큰 잉어가 흙탕물을 만들며 저만큼 가고 있다. 

햇살이 뜨거운데 걸었더니 갈증이 났다. 냇가에서 몇 걸음 오르면 고추시장 맞은편에 찻집이 있다. 꽃집인데 각종 모종도 팔고 커피도 판다. 생과일주스도 있다. 토마토주스에 얼음을 주문하고 꽃을 둘러본다. 2층엔 편하게 앉은 커다란 쿠션 의자도 있다. 먼 길을 걸었으니 잠시 차 한 잔하며 쉬는 것도 꽃구경의 묘미 아닌가. 

원성천에 벚나무를 심던 때가 기억났다. 나무는 늘 상 도로 가에 심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둑 중간쯤에 심고 있었다. 내심 ‘도롯가에 심어야 그늘이 되지 않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일이 이제야 풀렸다. 도롯가에 심는 나무는 도로를 다니는 이들의 그늘이 되고, 냇가에 심은 나무는 냇가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사랑하면 관심이 가고 욕심도 생기는가 보다. 원성천의 흐드러진 벚꽃 아래를 거닐 때도 느꼈지만 유채꽃이 일렁이는 지금도 조금 아쉽다. 벚꽃 길이 한 십 리쯤 되고 유채 꽃길도 한 십 리쯤 되면 좋겠다. 맑은 물이 사철 흘러 물고기가 살고 아이들이 맨발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다고 이리저리 휘젓는 내가 되면 좋겠다. 

걷다가 힘들면 빨간색 의자에 앉아 초록색 풀이 바람에 눕는 것도 보고, 황혼이 물에 내려 반짝이는 물결도 보았으면 좋겠다. 시원한 다리 아래에도 의자가 있어 아픈 다리 마음껏 쉬었다가 또 걸으면 좋겠다. 앉아 쉬는 동안 다리의 벽에 꿈을 보듯 아름다운 벽화를 보면 좋겠다. 
 

그 꿈이 이루어질까 생각하며 얼굴을 드니 벌써 주공 4단지 공사장이 보인다. 바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천변에 메타세쿼이아가 하늘로 푸른 잎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를 건설하며 길가에 심은 나무다. “아! 이거다.” 벚나무도 좋고 오동나무도 좋고 메타세쿼이아도 좋다. 

나무가 있는 산엔 절로 씨가 떨어져 산을 이룬다. 산불이 난 곳에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듯 싹을 틔워 숲을 이룬다. 산이 아니라 냇가에 도로에 공원에 나무를 많이 심어 그늘도 되고 도심의 더위도 식혀야 하지 않을까. 

원도심을 살린다고 해마다 명동거리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많이 찾는 천변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도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간절히 염원하면 우주가 돕는다고 ‘순례자’ ‘연금술사’를 쓴 파울루 코엘류가 말했던가. 

간절히 원한다. 천변 10리 길에 벚꽃이 피고 유채꽃이 하늘거리길.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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