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말이 인격이다’를 읽고 

조항범 교수의 좀 까다롭고 애매한 우리말 소개 

등록일 2022년07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말은 잘해서 칭찬받는 것보다 못해서 비난받는 것이 더 크다. 모든 다툼이 ‘말’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성경의 잠언서에도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입을 지키는 자는 자기의 생명을 보전한다>고도 했다. 

조항범 교수가 2009년에 발간한 「말이 인격이다」에는 좀 까다롭고 애매한 우리말로, 자주 틀리는 예들을 골라 소개해놓고 있다. 또한 우리말의 높임법, 호칭법, 인사법 등 언어예절과 관련돼 올바른 대응법을 알려주고 있다. 몇가지만 소개해보자. 


 

상사에게 “수고하세요?”

‘수고하다’라는 말을 어른에게 써서는 안된다. ‘수고’가 지니는 의미 때문이다. 

‘수고(受苦)’는 고통을 받으라는 아주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뜻을 동년배에게 분발하라는 뜻으로 쓰는 것은 몰라도 어찌 웃어른에게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수고하십시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은 “애 많이 쓰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애쓰세요”라고 써야 한다. 
 

초청인사보다는 청중이 우선

사회자는 청중 앞에서 소개하는 사람을 높여서는 안된다. 청중은 다수일뿐만 아니라 청중중에 더 높은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모씨를 모시겠습니다”라고 해서는 안되고 “모모씨를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초청인사가 연로한 경우나 사회적 신분이 높은 경우에 직함이 있으면 “모모 교수를 소개하겠습니다”나 “모모 회장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와 같이 쓰면 된다. 이때 ‘-님’을 붙여 높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나’를 소개하는 데에도 격식이 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알릴 때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모모입니다”나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모모입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근무처를 보탤 때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물산의 모모입니다”와 같이 인사한다. 이때 “한국물산의 김병철 과장입니다”라고 직책을 넣어 소개해서는 안된다. 
 


‘세배’는 그 자체가 인사

웃어른께 세배를 할 때에는 아무 말 없이 절만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절 받으세요”라든가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으나 이는 불필요하고 좋지 않은 말이니 삼가야 한다. 

또한 세배는 그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할 필요가 없다. 절을 한 다음 바로 자리를 떠서는 안되고 잠시 꿇어앉아 어른의 덕담을 기다려야 한다. 덕담으로는 “새해 복 많이 받게”나 “소원성취하게”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어른께 인사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되도록 건강과 관련된 인사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오래 사세요”라든가 “만수무강하십시오”와 같은 인사말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내가 벌써 건강을 걱정해야 할 만큼 늙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저 “강녕하십시오”라고 간단히 인사하면 된다. 
 

삼가 조의(弔意)를 표합니다 

빈소에 들면 우선 무릎을 꿇고 분향을 하고, 고인에게 두 번 절한 뒤에 상제에게 한번 절을 해야 한다. 상제에게는 절을 한 후 잠시 꿇어앉아 비통한 심정을 마음으로 전한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 없다.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위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욱 깊이 조의를 표하는 것이 된다. 

경우에 딸 인사를 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등과 같은 짤막한 표현을 쓴다. 얼덜결에 상제에게 “참 수고가 많습니다”나 “고생되겠네요”라는 말을 쓰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상제는 어떤 경우라도 빈소를 지켜야 한다. 빈소를 떠나 이곳저곳 다니며 문상객과 어울리기도 하는데 이는 볼썽사나운 꼴이다. 
 

'압존법'을 아는가?

우리말 경어법 가운데 까다로운 것이 ‘압존(壓尊)법’이다. 

압존법은 말 그대로 ‘존대를 누르는 법’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높여서 표현해야 할 상황인데, 존대하지 않고 평대하는 것이 바로 압존법이다.

예로 “할아버지, 엄마가 빨리 오시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할어버지가 주체인 어머니보다 윗사람이어서 주체를 높이지 않고 ‘하였습니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이 교수에게 “선생님, 조교 선생님께서 편찮으셔서 출근하시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압존법을 어긴 것이다. 
 


‘자문’은 구하는 것이 아니고 응하는 것

‘자문’의 사전적 풀이는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다. 이렇듯 ‘자문’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므로 당연히 ‘구하다’와는 어울리지 못한다. 자문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구하다’, ‘조언을 구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자문은 ‘응하다’와 같이 어울릴 수 있다. ‘자문하였다’나 ‘자문에 응하였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잘못 쓰이는 ‘버금가다’

‘버금’은 ‘으뜸의 바로 아래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그는 선거를 했다 하면 버금이었다”, “우리 가운데 그가 버금으로 힘이 쎄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버금’의 위는 ‘어금’인데 쓰이지 않고 ‘으뜸’이 대신하고 있다. 

경연 따위에서 첫째가는 상을 ‘으뜸상’이라 하고, 다음 가는 상을 ‘버금상’이라 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